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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by 서영수

며칠 전부터 예전에 씌운 어금니의 크라운이 까끌까끌하더니, 급기야 혀에 통증이 생겼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밥을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는 멀쩡한데 ㅡ 사실 멀쩡한 것이 아니라 모르고 있었던 건데도 ㅡ 혀가 아프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참다못해 치과를 찾았다.


진단은 의외로 간단했다. 크라운이 손상되어 그 부분이 혀에 자극을 주면서 상처가 난 거라고. 의사는 "혀가 쓸렸다"고 표현했다. 결국 원인은 어금니에 씌운 크라운이었다. 크라운을 벗겨내고 안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최대한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걱정이 밀려왔다. 의사는 잠잘 때 이를 꽉 무는 편인지, 단단한 음식을 자주 씹는지 물었다.


돌아보니, 최근 들어 건강을 생각해서 딱딱한 견과류를 먹었던 기억과 아이스커피를 마신 뒤 남은 얼음을 깨 먹었던 버릇이 떠올랐다. 건강한 이를 지키기 위해선 피했어야 할 잘못된 습관들이었다. 혀에 바를 연고를 처방받고, 다음 예약을 잡고 돌아오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크라운에 느낌이 이상할 때 조금만 더 일찍 치과에 갔더라면 이 정도까지 아프진 않았을 텐데. 때늦은 후회였다.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이 자연스레 약해진다지만, 그 속도는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적어도 치아 관리에 있어 나는 건강한 습관을 갖고 있지 못했던 셈이다.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누군가 "치과 치료를 받고 나면 인생관이 바뀐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칫솔질 하나도 예전보다 훨씬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뭔가 문제가 생겨야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건강도 다름이 없다. 건강은, 아파보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막상 건강을 잃고 나서야 건강을 생각하니,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혀의 통증 덕분에 치과에 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면 어떨까? 혀처럼 마음도 자극에 쓸리고 다치면, 그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고통에 둔감해지기 쉽고, 설령 고통을 느껴도 무시하기 십상이다.


쓸데없는 걱정과 스트레스, 사소한 상처들이 마음을 지치게 해도, 우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곤 한다. 몸은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지만, 마음은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지금부터라도 건강뿐 아니라 마음도 잘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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