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다. 그제 밤이 그런 날이었다. 눈을 감고 누워도 의식은 또렷했고, 겨우 잠들었다 싶으면 금세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아보고, 다시 마룻바닥에 누워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기 전, 몸과 마음을 각성시킨 무언가가 있었던 듯하다. 짐작은 가지만, 뒤늦은 후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수록 잠은 더 멀리 달아나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 몸이 축 처지고 눈은 뻑뻑했다. 온몸이 가라앉아 있었고, 덩달아 의욕까지 사라졌다. 커피를 마셔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정신만 말똥말똥해지고, 몸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몸과 정신 사이의 이질감이 커졌다.
물론 하루쯤 잠을 설쳤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날이 쌓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고 한다. 잠이 얕아지고, 쉽게 깨고, 깊은 수면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자는 동안 뇌는 하루 동안 쌓인 불순물을 정리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유해한 단백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치매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환이 그렇게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위기는 대개 조용히 다가온다. 그러다 어느 날 불쑥, 눈앞에 나타난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그제 밤을 돌아보며, 조용히 다짐해 본다. '이제부터는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일할 때 집중하듯 자야 할 때도 그 시간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지' 하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자야 할 때도 다르지 않다.
순간순간에 충실하다는 것은, 단순히 '열심히' 사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 순간에 해야 할 일에 맞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야 할 때도 잘 자기 위한 마음가짐과 행동이 필요하다. 잠자리에 들었다면 쓸데없는 걱정과 생각을 내려놓고,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런 다짐조차 또 다른 부담이 된다면, 그것마저도 내려놓아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