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날은 4월 1일이었습니다. 원래 글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넘기기보다는 4월의 첫날, 한 번쯤 매듭을 짓고 싶었습니다. 한 해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나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벌써 3개월이 지나갔다는 사실이 선뜻 와닿지 않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무언가를 이루었다기보다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들이 반복되었다는 기억만이 선명합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만 한 겹씩 쌓여간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 사이에도 제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었고, 익숙한 일들 속에서 시간만 조용히 흘러갔습니다.
그저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라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됩니다. 판에 박힌 하루, 무뎌진 감각, 점점 좁아지는 생각 속에서 저는 조금씩 제 자신을 잊어버렸습니다.
세상에는 나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인데도, 삶의 방식은 점점 비슷해지고 생각마저 닮아갑니다. 나의 하루를 꺼내 놓으면, 누군가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떠오른 문장이 있습니다. 전경린 작가의『엄마의 집』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그럴 때 난 쉬운 일만 해. 쉬운 일도 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힘이 생겨. 걱정 마. 곧 그렇게 될 거야."
거창한 결심보다, 쉬운 일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특별한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어젯밤, 잠시 걷다가 공기 속에 은은한 꽃향기가 스며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슨 꽃인지 궁금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어둠 속에 서 있는 나무들뿐이었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나뭇가지마다 막 피어나려는 꽃망울이 맺혀 있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동안 많은 순간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지나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습니다.
쌀쌀했던 날씨도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자연은 변함없이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4월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