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서 허무한
지난주 비가 와서인지 꽃이 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특히 벚꽃은 비바람에 휩쓸려 순식간에 떨어졌습니다. '아, 넌 아름답지만 참 연약하구나. 이렇게 빨리 지다니. 그렇게 금세 질 거라면 왜 피었니?'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떨어진 벚꽃은 바람에 실려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라는 최영미 시인의 시구처럼, 꽃이 지는 일은 실로 한순간입니다. 꽃은 가지에 달려 있을 때만 꽃이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순간 꽃으로서 생명을 잃습니다. 마치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에만 인간이듯이 말입니다.
땅 위에 수북이 내려앉은 벚꽃을 보며, 저는 문득 허무해졌습니다. 한순간 피기에 아름답고, 그 순간이 짧기에 더 허무한 것이라면, 아름다움과 허무는 어쩌면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슬픈 까닭은 이미 아름다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몰랐다면, 허무 또한 없었을 테니까요.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죽음을 결심한 뒤 옛 친구 구메 마사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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