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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01. 2022

10월의 첫날, 멈출 수 없는 질문들

어떤 사람의 SNS를 보면 주로 다른 사람들이 잘못을 지적한 이야기뿐이다. 보고 나면 현기증이 난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소식에는 그렇게 빠른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그는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스스로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하고 사는 것일까?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마음에 저런 불편한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이 글조차도 누구를 비판하는 거니까. 그래서 10월 첫날, 나는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알기 어려운 존재가 바로 자신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어서 의식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존재.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보는 눈이 없는지도 모른다.


올해는 10월이 갖는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2021년도 이제 석 달 남짓 남았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는데, 지나고 보면 하루하루는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이맘 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지금이 그때보다 나아진 것 같지도 않다.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뿐 더 나가지 못하고 우리는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다. 일상이 반복되면 흐름에 무뎌진다. 뉴스에선 여전히 불편한 소식뿐, 반복되는 유쾌하지 않은 소식들 앞에서 모두들 그러려니 한다.


감각을 잃는 것, 놀라지 않는 것,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징조 중의 하나다. 그런 나를 보면 나는 내가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을 보면 사소한 것에도 놀라고, 즐거워하지 않는가. 매사에 심드렁해지면 이미 나이가 들었다고 볼 수밖에는. 늙음은 마음과 정신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육체의 쇠락이 중요한 건 아니다.


“이게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지?” 유용함을 찾고 의미를 구하지만 대부분의 시간과 경험은 우리에게 그 의미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먼 훗날 어렴풋이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을 온전히 살아야 하는 건 그 의미를 그 순간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제대로 살아야 한다.




스콧 니어링(1883 - 1983)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생계를 위해 노동에 시달리는 탄광촌의 노동자들을 보면서 다소 급진적인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정부와의 대립 등 우여곡절 끝에 펜실베니아대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버몬트주 시골로 들어가 글 쓰는 농부로 남은 생을 살았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삶의 수단과 목표가 비열하고 저급하다면, 그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으며 자존심을 유지할 수도 없다.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도 올바른 동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얻은 지식이 생계수단이 되어야 한다."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도 많다. 대개는 인생의 본질, 나 자신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그렇다.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질문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질문 자체가 답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답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답대로 살아갈 내적인 힘이 내게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그 힘을 키워가야 한다. 질문하기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는 100세가 되자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준비했다. 그가 죽으면서 읊조린 아메리카 원주민의 노래가 이렇다. 이 노래 속에 스콧 니어링이 살았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나도 그래서 몇 번을 되뇌었다. 10월의 아름다운 첫날에...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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