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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25. 2024

조금씩 어긋나는 대화가 좋다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서로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생각이 다르고 관심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빛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은 무척 교만한 표현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할 수야 있겠지만, 사람의 깊은 속마음까지 다 알 수 없다. 오직 신만이 가능한데도 우리는 대충 그렇게 넘겨짚는다. 오해는 그래서 생긴다.


또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고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말을 속으로 쌓아두다 보면 막상 말을 해야 할 때 해야 할 말을 잊어버리고 다른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조심한다고 해도 순간 내 뜻과 다른 말을 하는 바람에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때는 무척 당혹스럽다.


하물며 상대는 어떻겠는가. 나는 내가 누군가를 이해했다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그들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주 어긋나고 가끔만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의 연속, 오랜만에 만나 화제가 다르고 경험이 달라서 생길 수 있는 어긋남은 불편한 순간이지만,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 이현승 시인의 말처럼. "조금씩 어긋나는 대화가 좋다. 다 이해할 수 없어서 존중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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