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비밀이 늘면서 어른이 되는 거야

by 서영수

부모님과 떨어져 산지 벌써 오래되었다. 같이 살 때는 몰랐던 사실은, 어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난 후 그분들과 공유할 사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는 것이다. 이제는 부모님께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들이 잔뜩 생겨났다.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관계가 된 것도 그 비밀이 늘어나면서부터였다.


​내 어린 시절 이야기나 그분들의 건강 문제 정도를 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명절에 부모님 댁에 가도 안부 이야기를 하는 정도 외에 딱히 공통된 화제가 없는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아무리 피를 나눈 사이라도 함께 살지 않으면 불편해지고 서먹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부모님은 나를 여전히 어린아이로 기억하고 있고, 나는 그런 사실이 못내 불편하다.

​자식은 성장하면 부모 곁을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부모는 심정적으로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식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서로 섭섭함만 쌓여간다. 심해지면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선 자식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잘 떠나보내야 한다. 그들이 나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생겨도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부모가 되어 자식이 있는 나도 막상 그 입장이 되면 잘할 수 있을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소 헤아릴 수 있고, 자식의 마음은 자신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음을 기억해 낼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뒤바뀌는 것,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섭섭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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