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떨어져 산지 벌써 오래되었다. 같이 살 때는 몰랐던 사실은, 어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난 후 그분들과 공유할 사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는 것이다. 이제는 부모님께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들이 잔뜩 생겨났다.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관계가 된 것도 그 비밀이 늘어나면서부터였다.
내 어린 시절 이야기나 그분들의 건강 문제 정도를 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명절에 부모님 댁에 가도 안부 이야기를 하는 정도 외에 딱히 공통된 화제가 없는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아무리 피를 나눈 사이라도 함께 살지 않으면 불편해지고 서먹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부모님은 나를 여전히 어린아이로 기억하고 있고, 나는 그런 사실이 못내 불편하다.
자식은 성장하면 부모 곁을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부모는 심정적으로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식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서로 섭섭함만 쌓여간다. 심해지면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선 자식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잘 떠나보내야 한다. 그들이 나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이 생겨도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부모가 되어 자식이 있는 나도 막상 그 입장이 되면 잘할 수 있을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소 헤아릴 수 있고, 자식의 마음은 자신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음을 기억해 낼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뒤바뀌는 것,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섭섭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