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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Sep 08. 2023

북한이 한중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그 나라 이야기 13

어제(9월 7일) 윤 대통령이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윤과 리가 했다는 말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는 잘못 보았나 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북한이 한중관계에 걸림돌’이라니? 북한은 빼놓고 한국과 중국이 잘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어떤 언론도 이 말이 무언지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 큰일이다.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이 문제다.     


중앙일보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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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중 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3.09.08. 00:07 업데이트 2023.09.08 01:27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중국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한·중 회담을 했다.     


(중간 생략)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핵은 우리에게는 실존의 문제”라며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며 “북한이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자”고 말했다.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중국이 먼저 국제법을 지키고 북핵 저지에 동참해 달라는 취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아세안+3 정상회의 때 리 총리 앞에서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진지하게 경청하면서도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핵 문제가 리 총리의 소관 업무가 아닌 데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돌아가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중간 생략)     


리 총리는 남북 관계에 대해선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남북 쌍방의 화해와 협력 추진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계속해서 힘껏 평화와 대화를 촉구하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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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과 뒤의 □□에 들어갈 말은?     


두 사람 사이에서 가능한 말들이 여럿 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남북평화와 통일을 기대하고 중국의 협력을, 중국은 대만문제(양안관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와 불간섭을 바랄 것이다.      


앞의 ○○과 뒤의 □□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1. 미국, 한중 : 미국이 한중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2. 일본, 한중 : 일본이 한중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3. 중국, 한미 : 중국이 한미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4. 일본, 한미 : 일본이 한미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5. 미국, 남북 : 미국이 남북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6. 일본, 남북 : 일본이 남북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7. 중국, 남북 : 중국이 남북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8. 대만, 남북 : 대만이 남북관계에 걸림돌 돼서 안된다

9. 남한, 북중 : 남한이 북중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10. 북한한중 북한이 한중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내가 보기에 윤 대통령이 말했다는 10번째 말은 의문이다. 헌법상 우리 영토인 북한은 한중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남북의 평화와 통일에는 국경을 접한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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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대통령의 책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고,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헌법적 책무를 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제66조 ①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④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나는 평화통일의 헌법적 책무를 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중국 총리에게 할 수 없는 말이 북한이 걸림돌이라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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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대화와 포용의 대상이다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수천년 역사와 문화를 같이한 북한을 제쳐놓고, 중국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자고? 우리를 괴롭힌 일본과 역사를 잊고, 중국과 관계를 좋게 하자며 북한을 제외하려는 이유가 무언가 모르겠다.      


이념이 최고라며, 생각이 다른 사람은 반국가주의자 또는 공산전체주의자라는 매카시즘으로 몰아대면서, 세계 1위 공산국가와 관계를 증진하자는 말은 또 무엇인가?     


이 정부는 북한을 중러에서 분리하고 고립시켜 항복시키려는 모양인데,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공격했는데, 핵무기를 완성한 북한이 쉽사리 핵무기를 폐기하겠는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이용하려 들지 않을까? 


결국 북한과 대화하고, 그들을 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북관계에도 예의가 있을텐데, “한중관계에 북한이 걸림돌”이란 말이 앞으로 큰 도덕적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 『그 나라 이야기』는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나이에도 잘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나라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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