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 이야기 12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잼버리 왔지요
새만금, ‘새로 만든 만금(萬金)의 땅’이라는 좋은(?) 곳
원래 잼버리는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니까
산이나 들에서 야영하는데
이번은 간척지에서 한다지만, 그 나라가 원래 잘하니까 믿었지요
그런데 여기는 완전 지옥이었어요
난민, 포로수용소라고 해야 하나
잼버리 모토가 준비하라(Be prepared)인데
그 나라는 이번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어요
36도 37도 넘는 폭염인데
물도 빠지지 않은 팔레트 위에 텐트 쳐 놓고
세면장도 샤워실도 제대로 없는 갯벌
파리 모기 화상벌레가 물어대고
화장실은 더럽고 쓰레기는 가득하고
여성 전용 시설에 남자가 기웃대고
의료시설마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전쟁터
영국이 먼저, 미국이 다음에 영지를 떠났어요
나머지 참가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있었지요
나중에 군인, 기업체, 자원봉사자들이 오면서 좀 나아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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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잼버리는 감투의 왕국이었대요
공동 위원장이 5명이고, 대통령이 명예회장이라나 뭐라나
그가 개영식에 참가한다고 참가자들 소지품 검사한다며
땡볕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고
나중에 국무총리라던가 높은 사람이 화장실을 직접 점검(?)한다던가
참 안쓰러운 나라더라고요
전에는 참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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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태풍 온다며 이곳을 모두 폐쇄하고
갑자기 서울 쪽으로 옮기라는데
이렇게 준비성 없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원래 그 나라 국민성인가?
여기는 지구 아닌 혹성
21세기 아니라 18세기, 19세기
플랜 A도 제대로 없어 보이던데 플랜 B가 있으려나
영국 미국처럼 재빨리 도망치지도 못한 우리는
이제 K팝 공연 보며 팝콘이나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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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잼버리 아니지
우리가 공연 보러 왔나
볼 것도 별로 없는 나라에 관광 왔나
이상한 곳에서
땡볕에서 태풍까지, 불에서 비와 바람으로
원래 중간에 있던 K팝 공연까지 마지막으로 미루어
미리 가지 못하게 해 놓아 이래저래 기분이 좋지 않아요
몇 달 아르바이트하고
용돈 모아 왔는데---
* 미안하오, 대한민국이 우리 어른들이 잘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