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일 윤 대통령이 현직으로는 최초로 증시개장식에 참석하여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대해 세수가 많이 줄어든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작년 세수 결손액이 60조원에 이른다는데 이 시점에서 이게 맞는 방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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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 세수감소 3년간 4조원…과세대상, 투자자의 2.5%
송고시간2024-01-03 06:01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함에 따라 연간 1조원이 넘는 국세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3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2025년부터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세수는 1조3천443억원이다.
이는 예정처가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예정처는 금투세 시행에 따른 세수와 2022년 10월 당시 제도가 유지됐을 때의 세수 차이를 비교했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금투세가 폐지되면 4조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당시 정부도 같은 기간 4조원가량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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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이 넉넉하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방향이 잘못 되었다. 4월 10일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먼저 『권력과 진보』에 써 있는 글을 보자. 아세모글루 등은 부유세가 가치있는 세원(稅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원문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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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머 존슨, 생각의힘, 2023.6.30.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소유한 사람에게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아이디어가 지난 몇십 년 사이 세를 얻고 있다. 예를 들면, 1989년에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자산이 130만 유로 이상인 사람에게 조세를 부과했다(2017년 마크롱 대통령 시절에 범위가 줄었다).
미국에서는 2020년 대선 후보로 나선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부유세를 주장해 왔다. 샌더스의 2020년 안은 자산이 5,000만 달러 이상인 가구에 자산의 2퍼센트를 부과하고, 100억 달러 이상인 가구에는 8퍼센트까지 누진적으로 세울을 올리게 되어 있었다. 워런이 가장 최근에 제시한 안은 자산이 5,000만 달러 이상인 가구에 2퍼센트, 10억 달러 이상이면 4퍼센트를 부과하는 것이다.
지난 몇십 년간 꼭대기 층의 부가 어마어마하게 늘었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그 밖의 필요한 투자에 추가적인 조세 수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부유세는 잘 부과되고 징수된다면 가치있는 세원이 될 수 있다.’
(586~5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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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더니, 또 금투세 폐지 어쩌고 하는 건 모두 부자감세 즉 부유세 또는 횡재세를 없애자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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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 은행나무, 2021.6.10.
이 책은 토마 피케티의 2016~2020년 경제논평 모음집이다. 원서 제목은 ‘Vivement le socialisme!’ 이니까 ‘사회주의 살아나라!’ 정도로 번역되는 자극성 있는 책이다.
앞 표지에 써 있는 글이다. ‘공정하지 않은 자본주의는 반드시 몰락한다! 지속가능성, 조세정의, 노동가치를
위한 긴급 제안’이라고 썼다.
이 정부 들어 늘 자유, 공정 어쩌고 하던데, 피케티는 공정하지 않은 자본주의 대신 사회주의가 시급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불평등과 부유세에 관한 글이 많은데 우리 상황과 비슷한 글에서 원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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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불평등에 대하여〉 145~149쪽
소득 상위 1% 인구가 이미 전체 경제성장의 21%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 인구 규모를 다 합쳐도 그 비중은 20%에 그친다. 프랑스에서 ‘영광의 30년’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탄은 무자비했다. (148쪽)
1,000만 유로 이상을 가진 자산가들의 경우 자산의 90% 이상을 금융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 집단의 자산은 1980~1990년대 이후 국내총생산보다, 평균자산의 성장률보다도 더 빨리 성장했다.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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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프랑스 대선 후보 몇몇이 왜 노동소득에 대한 세금이 아닌 금융자산에 대한 재산세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사회의 유동성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자기 집을 처음으로 취득하고자 빚을 지는 가구들을 위해 토지세를 인하하는 방침을 취하는 게 정당하다.(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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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 폐지는 역사에 남을 실수〉 182~187쪽
부유세(ISF, Impôt sur la fortune) 폐지는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엄청난 실수다. (182쪽)
소득과 자산, 상속에 관한 누진세를 바탕으로 한 모델은 경제성장의 이득을 좀 더 공평하게 분배하고, 구조적으로 소유권과 경제권력의 집중도를 줄이려는 의도를 띠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오랜 기간 축적된 지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의 열매이기도 했다. (182쪽)
부유세 도입 이후에도 프랑스의 최대자산 보유자들은 아주 잘살고 있을뿐더러 그들이 대거 프랑스를 떠나 세수에 커다란 피해가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184쪽)
1980년부터 2016년까지 가장 부유한 1% 인구가 보유한 자산(70% 이상 금융자산으로 구성된다)은 평균 140만 유로에서 450만 유로로 늘어났으니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최상위 부유층 0.1%의 자산은 90% 이상이 금융자산에 몰려 있으며, 부유세 폐지의 최대 수혜자들이기도 하다. (184쪽)
부유세율이 1.5~2% 높아진다고 해서, 혹은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정된다고 해도 그들의 자산이 심각하게 위협받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미 잘살고 있는 이들에게 세금혜택을 안겨주는 일 말고도 정부가 우선순위로 다뤄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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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는 꼭 필요한 세금이다
누가 부자로 사는 거 보면 부럽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들이 부유해지는 데는 자신의 노력이 크지만, 주변과 사회여건이 소득과 재산형성을 도와주었다.
또한 그들이 성공한 반면, 다른 사람들이 희생된 경우도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산업, 로봇,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에서 소수는 천문학적 부를 쌓았다. 나머지 다수는 비참해지고.
그들이 성공한 대신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일이 없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진다. 이것이 바로 노동의 종말이다. 그러기에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부유세를 적절한 세원이라고 논의하는 것 아닌가.
부동산이나 주식 등 금융자산에서 얻은 이득은 땀 흘려 일한 노동과는 달리 불로소득의 성격이 있다. 여기서 그 일부를 공공에 필요한 재원인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은 공공선 아닌가. 이것은 사회불안을 해소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작년에 경제가 뒷걸음 치며 세계 10위였던 경제가 13위로 밀렸다. 올해도 세수 결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작년에 60조원이나 세금이 안 걷혔는데, 4월 10일 총선에서 주식투자자의 표를 얻자고 이미 결정된 부유세를 폐지하자니 이걸 어쩌나. 정말 한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