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보이콧 했다. 다른 사정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 이는 국정 포기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2025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독케 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야당이 피켓 시위를 하고 퇴진 구호를 외칠 수 있는데 어떻게 가느냐는 게 이유이다.
불과 2년 반 전인 집권 초반 시정연설에선,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주의라는 신념이 있다던 대통령인데,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 운영, 특히 예산 운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등장조차 하지 않는 대통령의 속 좁은 행보가 아쉬움을 남긴다.
국회 개원식과 예산안 시정 연설에 모두 불참한 대통령에게 국회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쉽다라거나, 국회 패싱이라는 이야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직무 거부가 아닌가, 사실상 일을 하지 않는 거라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이 두렵다거나 화를 낼 테니 거부한다는 이야기로는 안된다.
윤 대통령이 7일 회견을 통해 모든 사안에 소상히 설명한다고 한다. 진즉 있었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김건희·명태균에 대한 설명도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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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대통령 시정연설 거부, 국민 권리 침해…강력한 유감" (프레시안 11/4)
與 내부도 비판, 한동훈 "아쉽다" …이재명 "대통령 책임 저버린 것“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를 대독케 한 데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아쉽다"(한동훈), "국회 패싱"(배현진) 등 비판과 우려가 나왔다.
우 의장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의사일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말씀드리겠다"며 "시정연설은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예산편성 기조와 주요 정책 방향을 국민께 직접 보고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국정의 중요한 과정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국회에 대한 존중"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장은 이어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국민들께서도 크게 실망하셨을 것"이라며 "국민은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권리가 있고, 대통령은 국민께 보고할 책무가 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좀더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민주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며 "불참의 이유도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이렇게 계속 국회를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의 협력을 구하지 않으면 국민이 위임한 국정운영의 책임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무겁게 직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우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고성으로 항의했고, 우 의장은 이에 "잠깐 있어보라"며 "제가 오늘 말씀드린 것은 어느 당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국회라는 국민의 대표 기관,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를 이야기한 것이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행정부 수반에게 서로 협력을 잘 해나가기 위한 촉구를 할 필요가 있다 생각돼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도 여당의 항의에 마주 고성으로 대응하며 본회의장에서는 여야 간 기세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덕수 총리의 대독 시정연설 도중,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과를 강조한 부분이나 마약 수사 관련 의지를 언급한 부분에서 고성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여당은 이에 박수로 응수했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은 2013년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우 의장에 앞서 야당 지도부, 심지어 여당 지도부에서조차 우려의 반응이 나온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공개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