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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n 22. 2022

시간에 대한 문답집

한돌의 시

시간이 뭔지 알아?     


시간이란 원래는 없는 건지 몰라

우리들이 있는 척하는 거지

시간은 원래 날개 달린 말인지도 몰라

우리들이 밤낮없이 걸어야 하니까

그러다가 맥없이 앉는 건지 몰라

시간 죽이려면 늘 엉덩이 깔고 주저앉잖아     


시간은 무서워

날아다니니까

시간은 가벼워

우리들이 가볍게 보니까

시간은 괴로워

슬픈 때가 그리 길고 기쁜 때는 짧으니까     


그런데 시간은 너무 많은 걸 챙기고 있어

표정관리하는데 바쁘고

거울 앞에 너무 오래 서 있거든

뽐 나게 다니려 하는지     


시간은 우리를 우습게 아는 것 아냐?

왜냐면 우리가 기껏해야 때우거나 보내기 한다고 생각해서

시간도 반쪽이면 충분하다고 여기니까 그런가 


그런데 시간이 오는 건 확실해?

옛날은 가 버려니 쫓아가 붙잡기는 좀 거북할 것 같은데

앞날은 길목에서 기다리면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이 앞날인지 옛날인지도 잘 모르잖아

지난 때는 지났다고 과거(過去)라고

오는 때는 오지 않았다고 미래(未來)라고

이름 붙여 놓고는

동사, 형용사에 재형이 아니라 과거형, 미래형으로

쓰는데

진짜 이상한 건

명사, 대명사에는 과거형, 미래형이 없다니까 정말 수상해


그런데 시간들한테 너무 자유를 주다 보니

얘들이 우리를 알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딴청 부리는 거지     


시간더러 시간표 짜서 오도록 단단히 일러야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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