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뭔지 알아?
시간이란 원래는 없는 건지 몰라
우리들이 있는 척하는 거지
시간은 원래 날개 달린 말인지도 몰라
우리들이 밤낮없이 걸어야 하니까
그러다가 맥없이 앉는 건지 몰라
시간 죽이려면 늘 엉덩이 깔고 주저앉잖아
시간은 무서워
날아다니니까
시간은 가벼워
우리들이 가볍게 보니까
시간은 괴로워
슬픈 때가 그리 길고 기쁜 때는 짧으니까
그런데 시간은 너무 많은 걸 챙기고 있어
표정관리하는데 바쁘고
거울 앞에 너무 오래 서 있거든
뽐 나게 다니려 하는지
시간은 우리를 우습게 아는 것 아냐?
왜냐면 우리가 기껏해야 때우거나 보내기 한다고 생각해서
시간도 반쪽이면 충분하다고 여기니까 그런가
그런데 시간이 오는 건 확실해?
옛날은 가 버려니 쫓아가 붙잡기는 좀 거북할 것 같은데
앞날은 길목에서 기다리면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이 앞날인지 옛날인지도 잘 모르잖아
지난 때는 지났다고 과거(過去)라고
오는 때는 오지 않았다고 미래(未來)라고
이름 붙여 놓고는
동사, 형용사에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 미래형으로
쓰는데
진짜 이상한 건
명사, 대명사에는 과거형, 미래형이 없다니까 정말 수상해
그런데 시간들한테 너무 자유를 주다 보니
얘들이 우리를 알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딴청 부리는 거지
시간더러 시간표 짜서 오도록 단단히 일러야 될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