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었다.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작품이다.
삶의 아침과 죽음의 저녁에 대해 최근 수년간 나온 작품 중 이보다 더 슬프면서도 경쾌하고 위안을 주는 책은 없을 것이다. (쥐트도이체 차이퉁)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15~16쪽)
모두 구두점으로 ,(쉼표)를 썼다. .(마침표)가 아니라 일부러 콤마를 썼다.
또 다른 문장 하나.
야생초들과 그가 아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이 세상에서 그가 속한 자리다, 그의 것이다, 언덕, 보트하우스, 해변의 돌들, 그 전부가, 그런데 그것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것들은 마치 소리처럼, 그렇다 그 안의 소리처럼 그의 일부로 그 안에 머물 것이었다, (74쪽)
여기도 쉼표다. 그가 태어나던 시기인 1장과 죽은 날의 기억인 2장의 거의 전부가 쉼표다.
마침표가 찍어진 문장이다.
확실한 것은, 그가 올라이이고 어부이며 마르타와 결혼했고 요한네스의 아들이며 이제, 조그만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며,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17쪽)
이 책에서 열 번 남짓 마침표가 사용되는 순간들은 이렇다. 여느 때와 같이 잿빛인 하늘. 새벽의 추위. 만으로 내려가는 길. 아내 에르나가 죽은 뒤로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치받치던 욕지기. 커피. 담배. 브라운 치즈를 얹은 빵. 친구 페테르. (인용문인 144쪽에서 재인용)
『아침 그리고 저녁』의 중심에는 고된 삶을 거쳐온 평범한 노르웨이의 어부 요한네스가 있다.
그의 인생의 우여곡절이 있다.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것은 쉼표의 연속이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자유, 외로움 등을 쉼표로 연결한다.
어디로 가는데? 요한네스가 묻는다
아니 자네는 아직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구먼, 페테르가 말한다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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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될 걸세, 페테르가 말한다
(131~132쪽)
그리고 싱네는 요한네스의 관 위로 목사가 흙을 던지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는 독특한 분이셨죠, 유별난 구석이 있었지만, 자애롭고 선한분이었어요, (135쪽)
한 사람의 태어남과 죽음을 그리고 삶의 사랑과 이별을 135쪽의 짧은 ‘장편소설’ 속에 담았다. 그저 그렇더라고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인데 노벨 문학상이라니---
그래 소설이 다 그렇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