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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Mar 20. 2024

69호 메모 수첩을 씁니다.

적자생존!

그동안 쓴 수첩이에요. 제겐 보물  1호죠.

 2024년 3월 17일 일요일부터 69호 메모 수첩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끄적이는 걸 좋아했어요. 말보다 글이 더 편한 사람이었죠.


학교 다닐 때는 일기 쓰기, 독후감 숙제도 좋아했지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방학이면 독후감 쓰기 과제가 두~세 편씩 있었거든요.


그때는 학교에서 독서감상문이라고 하지 않고 독후감이라는 낱말을 썼던 기억이 있어요. 방학 과제물은 항상 개학을 코앞에 두고 겨우 다 해 갔지만 일기 쓰기와 독후감 숙제는 재미나게 했어요.


 똥손이라 만들기는 젬병이라 친구와 서로 숙제를 바꿔서 해주기도 했죠. 친구는 제 대신 만들기를 해주고, 저는 독후감을 써 주는 거였죠. 과제는 본인 스스로 해되지만 그때는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그런 경우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손 편지도 즐겨 써서 지금도 학창 시절에 받은 손 편지가 상자에 가득해요. 버리지 않고 지금껏 다 모아 두었답니다. 어쩌다 읽어 보면 내용이  유치 찬란 하지만 당시에 내가 어찌 살았나 보여주는 기록이라 도저히 없앨 수가 없겠더라고요.


 결혼하고도 여기저기에 적는 걸 좋아했는데, 문제는 어디에 적어 뒀는지 그걸 몰라서 헤맸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수첩을 하나 마련했나 봐요.


 처음 산 수첩은 스프링이 달린 귀여운 수첩이네요. 처음부터 표지에  번호를 붙이고 쓴 날짜를 기록한 건 아니었어요. 수첩이 한 권 두 권 늘어나다 보니 번호를 붙이기 시작했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썼는지 알아보기 쉽게 날짜를 붙인 거죠. 지금은 수첩에 페이지도 기록하는데, 수첩이 많아지다 보니 예전 수첩에서 정보를 한 번에 찾으려면 페이지 기록이 필수더라고요.


 메모도 자꾸 하다 보니 점점 제가 편한 대로,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메모하는 방법이 진화하더라고요. 써 보니  스프링 수첩은 별로네요.  68호 수첩은 저렇게 하늘색 스프링 수첩이었는데, 얼마 전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새 학기 선물로 수첩을 선물했거든요. 그때 잔뜩 사둔 수첩 가운데 하나 골라 쓴 건데 역시나 중간에 스프링이 있어서 필기하기가 불편했어요.


 요즘 제가 제일 선호하는 수첩은 스프링이 없는, 너무 두껍지 않은, 줄이 있는 수첩이에요.  이 조건을 다 갖추고 하늘색처럼  밝은 색깔 수첩을 찾는데, 저희 동네는 없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봐요. 어릴 때부터 문구류 좋아했는데, 지금도 똑같거든요. 오죽했으면 스페인 여행 가서도 수첩을 열 개나 사 왔겠어요. 물론 책 모임 회원 줄 선물이긴 했지만 어딜 가나 문구류가 보이면 마음에 드는 수첩이 있나 눈여겨본답니다.   


 이번에는 한 달도 안 돼서 한 권을 써 버렸네요. 사실 저 스프링 수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빨리 다른 수첩으로 바꾸고 싶었거든요. 지난 68호 수첩에는 과연 어떤 게 담겼을지 한번 살펴봤어요.


 해야 할 일, 장 볼 목록, 수업 시 아이들하고 짧게 써 본 글, 안과 검진 결과, 에세이 몇 편, 구입할 책 목록, 지출 내역,  책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  지인과 통화 후 느낀 생각, 동시 단상, 자원봉사 신청 소개 글, 나는 글쓰기가 맞는구나 하는 깨달음, 저녁 메뉴, 본업과 관계된 피드백, 지인한테 들은  요가 유튜브 채널 이름, 보낼 편지, 올해 계획, 자작 동시, 화난 일에 대한 이유, 글쓰기 소재, 소소한 다짐, 지인이 부탁한 3행시, ebs 요리 프로그램 보면서 메모한 전복 곰탕 레시피(요건 당일 바로 해 먹었네요.), 유튜브에서 본 심리학자 강의, 딸이 지어준 나와 남편 별명, 남편과 딸아이의 공통점, 블로그 업로드할  목록,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 지인과 통화하면서 바로 메모한 글, 올해 정리하고자 하는 일, 책에서 읽은 문장, 가까운 신문 지국 연락처, 미용실에 뿌염하러 가서 느낀 것 5가지, 인스타에서 눈에 들어온 글귀, 블로그 정리 목록, 유퀴즈 보면서 메모한  뇌과학자 말씀, 일어나자마자 떠오른 동화 아이디어, 결혼식 가서 눈물 난 이유 등등 잡다한 기록들이 가득합니다.



다산 정약용은 말한다.

부지런히 메모해라.

쉬지 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록해라.


<다산 정약용의 지식경영법> / 정민



2008년 12월 23일부터 시작한 메모가 2024년 3월 20일 현재까지 쭈욱 이어지고 있네요. 손에 힘이 빠져  쓸 수 없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쓸 겁니다. 기록의 힘은 생각보다 어마 무시하더라고요. 오늘 할 일 중에 브런치 글 업로드 항목이 있었는데, 임무 완료 했으니 수첩에 밑줄 쫙 그으러 지금 갑니다.




#기록

#기록의힘

#메모

#메모가체질

#메모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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