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같은 무게

-죽고 사는 문제인가?

by 미소


남편 절친이 자기가 태어난 날 교통사고로 떠났다. 그때 알았다. 남편이, 아들과 딸이, 형제, 친구, 부모가 어느 날 갑자기 한마디 말도 없이 소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지 않는 사건이 일어난 지 13일째다.


'죽음'과 관계된 게 아니라면 그리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 어느새 모든 일을 대하는 내 기준은 '죽고 사는 문제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상이 덜 무거워졌다. 고뇌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해야 할까?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두려운 마음도, 잘할까 걱정했던 마음도 죽고 사는 일에 비하면 한낱 깃털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임을 안다. 이리저리 재고 따질 필요도 없고, 마음이 끌리면 그냥 하는 거다. 나중에 미루다 보면 그 나중이 찾아올지 안 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남편도 이제는 그저 안쓰러운 대상이다. 한때 현모양처를 꿈꾸기도 했으나 결혼해서 살다 보니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구나 싶다. 다시 현모양처가 되고자 꿈꾸지는 않지만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변해간다. 따갑게 내리쬐는 땡볕을 느끼고, 떼창 하는 매미 소리를 듣고, 비가 줄기차게 오는 장마를 올해도 겪는다는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먼저 간 사람은 누리지 못하는 큰 축복임에 분명하니까.


17년 전 남편 친구 아내 oo 씨가 세 살 아들, 일곱 살 된 딸을 두고 위암 말기로 떠났다. 딸아이 초등 입학식을 며칠 남겨둔 어느 날이었다. 당시 지인들은 부랴부랴 위내시경 검사를 했다. 남편도 그때 처음 위내시경을 받았다. 그 덕에 위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했고, 다행히 초기라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6월 29일 토요일 새벽, 회식 후 횡단보도를 건너다 오토바이 사고로 하루아침에 떠난 oo 씨 죽음으로 지인들 인생관이 바뀌고 있다.


인생 별거 없다고, 언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아침에 인사하고 떠난 가족이 저녁에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웅다웅하지 말고 정답게 살자. 욕심내지 말고 애틋하게 서로 위하면서 살자고.


먼저 간 이들이 남기고 간 선물일까? 남겨진 사람은 그들을 추억하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1년간 쓸쓸하게 비워둔 집을 다시 찾았다. 작년 3월 중순쯤 올린 글이 마지막이었으니 1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그동안 글을 안 쓴 것도 아닌데, 브런치에는 선뜻 올리지 못했다. 이제 거미줄을 걷고, 여기에도 다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어제가 경칩이었다. 곧 화사한 봄을 맞을 테지. 봄맞이용 글로는 조금 어둡긴 하지만 내 마음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글이라 옮겨본다. 이 글은 2024년 7월 11일에 썼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하루를 천년같이 살아야겠다. 후회 없이.


#하루를천년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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