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증후군

-딸

by 미소
새출발 하는 딸,아들을 위한 현수막


내 이름을 제일 많이 불러주는 건 딸이다.


"oo 씨 뭐 해?"

"돼지 엄마 뭐 해?"

늘 안부를 묻는 딸이었다.


55 사이즈를 입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똥배가 나온다. 딸은 이런 이유로 나를 돼지엄마라고 부른다.


딸에게 종종 "공주야"라고 불렀다.

딸은 "엄마한테는 누가 공주라고 불러줬어?" 묻곤 했다.

"아무도 그렇게 안 불러줬는데" 이렇게 말하면 딸은 안쓰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작은 것에 감동 잘하고, 귀여운 것에 환장하는 엄마 모습이 웃기는지 꽤 자주 "우리 엄마 귀여워"를 남발했다.

그럴 때마다 딸은 내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남편과 아들은 전혀 안 하는 그런 짓을.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을 때는 뽀글 파마머리도 아닌데 딸은 내 머리를 보고 말했다.

"엄마 머리 지금 에버랜드에 있는 사자 머리 같아. 어떻게 좀 해봐."


책을 보고 있는 내 뒤에 와서는 긴 머리를 땋아주겠다며 머리도 땋아줬다. 조카 결혼식 가기 전에는 유튜브 찍는 것처럼 고데기도 말아줬다.


"자 지금부터 우리 엄마 머리를 말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결혼식이 있는데요..."

웃겼다. 나를 안 닮아 은근 유머스럽다.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재주가 있어 딸 친구들도 웃긴다고 말한다.


남편과 투닥거리기라도 하면 "아빠는 왜 저래." 하면서 내 편을 들어줬다. 꼬맹이부터 내 등을 토닥여 주고, 쓰다듬어 줬다. 퇴근 후 지쳐서 잠시 싱크대 앞에 주저 않아 있으면 "엄마, 왜 그래? " 물어 주고, 치킨을 먹으면 내 입에 넣어주던 아이였다.


먹고 싶은 거 시켜 달라는 말도 안 들어줄 수 없게끔 한다.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를 듬뿍 넣어 말한다.

"엄마, 나 오늘 OO을 못 먹으면 죽을 것 같아." ㅋㅋ


예쁘고, 똘똘하던 아이가 중고등 때는 휘몰아치는 사춘기 열풍을 맞았다. 중고등 내내 가혹한 시간이었다. 학교를 그만둘까 말까 방황도 길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딸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3월 1일, 서울로 갔다. 모녀가 길게 떨어져 지낸 시간이라곤 여행을 갔을 때뿐이다.


딸을 보내고 온 첫날은 밤 12까지 딸아이 방을 정리했다. 남겨두고 간 소지품과 옷을 하나하나 다 꺼내서 매만졌다.


다음날은 딸 생각이 나서 거실에 누웠다. 딸과 함께 거실에서 같이 자면서 밤늦도록 '옥씨 부인전 '몰아서 보던 일이 떠올라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엄마랑 같이 봐야 재밌단 말이야."

딸은 나와 드라마를 같이 봐야 재밌다며

바쁜 엄마를 종종 드라마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집안 곳곳 어디를 가든 딸 얼굴이 둥둥 떠다닌다. 남편은 며칠 전 딸아이 방문을 열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곰살맞은 딸이 생각났던 모양이다.


이제 딸과 떨어져 지낸 지 열흘이 좀 넘었다. 본업이 바쁜 데다 이것저것 할 일이 넘쳐나서 딸이 나가고 나면 편하고 속 시원할 줄 알았다.


며칠 전 딸은 "심심한 거 말고는 다 괜찮아." 톡을 보내왔는데, 왜 그 말이 외롭다는 말로 들렸을까?


"나 없으면 어떻게 살 거야.?" 딸은 서울 가기 전 엄마를 두고 가는 게 걱정된다고 했다. 순간 덜컥했다. 내가 친구 같은 딸에게 마음으로 의지한 부분이 많았나 싶은 게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딸은 자기가 살고 싶은 세상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마음껏 활활 펼치면서 살아야지 싶었다. 딸에게 "너 빨리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속으로는 '이주일 남았네, 일주일 남았네, 이틀 밖에 안 남았네, 내일이면 가네 하고. 딸이 가는 날만을 세고 있었으면서.

그리움도 서서히 적응되어간다. 수시로 열어보던 딸아이 방문 여는 횟수도 줄었고, ' 독립할 나이가 됐지 뭐.' 하고 쿨하게 넘겨버리려고 한다.


주변을 봐도 학업이나 직장으로 자식과 떨어져 지내는 부모가 흔하니 말이다. 외국에서 사는 아들, 딸이 있는 집도 많은데 거기에 비하면 서울은 가까우니까.


딸, 우리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독립적인 인간으로 잘 한번 살아보자꾸나. 엄마와 딸이 아닌 당당한 내 이름을 가지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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