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 예상할 수 없지만,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
⸻
출산휴가와 연차를 더해 약 40일 가까운 시간을 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낮에는 2~3시간 간격으로, 밤에는 두 번 정도 수유를 하는 일정한 패턴이 조금씩 자리 잡히는 것 같아, 란이와 나는 이제야 조금씩 육아를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는데, 회사로 복귀하기 하루 전날 밤, 그 모든 규칙이 완전히 무너지며 혼란에 빠졌던 날도 있었다.
40일을 넘어서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과 들리는 소리, 만져지는 감각에 대한 반응이 훨씬 예민해진 건지, 불안의 감정이 커진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네다섯 시간 넘게 울음을 멈추지않는 현이를 달래며, 결국 란이도 나도 진이 빠질 만큼 지쳐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그날 이후 다시 어느 정도의 리듬이 돌아왔지만, 그 경험을 통해 육아라는 것이 절대 단순한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이 다르고, 매 순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50일이 지난 지금, 밤과 낮을 구분하기 시작한 현이는 제법 긴 밤잠도 자고, 낮에는 눈을 반짝이며 우리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고, 손과 발을 조금씩 더 자유롭게 움직이며 목을 가누려는 모습 속에서 아이의 놀라운 성장 속도를 실감하고 있다. 이 귀한 시기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지점토를 이용해 현이의 작은 발도장을 찍어 오브제를 만들고, 틈틈이 사진과 영상을 남기며 지금의 순간들을 기억하려 애쓰고 있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내며 지나온 시간들이 어느새 우리 부부의 이야기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어느새 란이와 나는 100일을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를 나누고, 성장하는 현이에 맞춰 매트리스나 생활용품을 바꿔야 하는 시기를 고민하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결정 앞에 서게 되는데, 그 모든 시간이 낯설면서도 설레고, 어렵지만 또 어쩐지 기특하기도 해서,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이제 정말 엄마,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