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셋이 현란하게 09

D+30, 당신이 걸어온 시간들을 기억하며

by 호치아빠


“ 열 달 동안 고생한 나의 란이를 위해 “




당신이 걸어온 시간들을 기억하며,


오늘 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하고도 조금 더 지난날, 영상을 하나 만들었다. 현이가 우리에게 온 순간부터 시간을 거꾸로 돌려, 수술실에서 씩씩하게 인사하던 너의 모습에서 시작해,현이의 태동을 느끼던 아름답던 순간들을 지나, 점점 불러오는 배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이 작은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길 기도하던 너를, 그리고 작년 여름 초록이 가득했던 경주 여행 속에 호치가 온 줄도 모르고, 행복해하는 너를 빠르게 이어 붙여 하나의 필름처럼 담아냈다.


하루하루는 그렇게도 길고 숨이 차도록 버거웠는데, 이렇게 시간을 거꾸로 모아보니 모든 날들이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 같아 이상하게도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 시간들을 잊고 싶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너를 꼭 축하해주고 싶어서 영상을 만들었다. 현이를 만나기까지, 나는 옆에서 숨을 고르고, 기뻐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에 불과했지만, 란이 너는 그 모든 날들을 네 몸으로, 네 마음으로, 온전히 살아낸 사람이었으니까.


입덧과 피부소양증으로 매번 제대로 잠을 청하지도 못하던 날, 하루 세끼 중 두 끼를 눈물로 대신하던 밤,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면 호치가 배 속에서 움직여 다시 깨어나던 새벽, 발목이 퉁퉁 부어버려 한 걸음 떼는 것도 힘들어하던 오후, 그리고 마지막, 수술실 앞에서 흰 가운을 입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조용히 숨을 골라내던 너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모든 시간이 모여서, 우리의 현이가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던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란아 정말 축하해. 엄마가 된 너를 축하하고, 그 길고 짧았던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낸 너를 축하하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엄마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너를 축하해. 이 영상을 볼 때마다 나는 같은 생각을 할 거야. 우리가 현이를 만나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현이와 살아가기까지, 언제나 너라는 사람이 있어 가능하다고,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오늘은 우리끼리 신생아를 벗어난 우리 현이를 기념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오늘은 열 달 동안 고생한 우리 란이를 더 기억하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