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셋이 현란하게 08

D+12, 호치에서 유현으로,

by 호치아빠

호치가 우리에게 오기 전에, 호치엄마는 꿈을 꿨다고 했다, 커다란 호랑이가 나타나 란이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그 옆으로 치타가 스치듯 지나가는 꿈이었다. 우리는 그 두 마리의 기운을 한 글자씩 따서 태명을 호치라고 부르기로 했다,

호랑이처럼 강하고 치타처럼 민첩하고 영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매일 “호치”라고 불렀고 그 이름은 금세 우리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소중한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번, 호치엄마는 하와이 바닷가에서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보는 꿈을 꿨다고 했다, 너무 커서 물고기라 부르기도 애매한, 그래서 우리는 그 물고기를 황금물고기라

불렀다가, 어느새 황금용이라고 부르며 웃었다, 그만큼

호치의 태몽에는 늘 전설 같은 스케일이 담겨 있었고,

그만큼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이제 호치가 세상에 태어나고, 우리는 진짜 호치의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6월에 태어난 아이니까 준(濬)이라는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깊고 넓은 물처럼 지혜롭고 단단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우리는 사주를 보고, 오행을 보고, 부족한 기운을 채워줄 한자를 찾으며, 이 이름이 호치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될지 오래도록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어릴 적 썼던 이름이 떠올랐다,

유현(劉賢), 어질고 슬기로운 사람, 내면에 깊이와 도량을 가진 사람, 품성이 온유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 호치아빠인 내가 그 이름으로 살던 시간이 짧았지만(초등학교 때 개명), 그 뜻만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래서

란이와 오래도록 고민하고 생각했다, 내가 다 피우지 못한 이름이라면, 이제 호치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네가 그 이름으로 더 크게, 더 빛나게 살아가길 바랐다.

(아마 란이도 나도 외자로 살아왔기에, 자연스레 호치의

이름도 외자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유준과 유현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마음은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흘러갔고 “어질고 슬기롭고, 내면에 깊이와 도량을 가진 사람,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온유한 성품”을 가진 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와 란이는 호치의 이름을 유현이라 부르기로 했다.


현이의 이름을 짓기까지 많은 밤을 이야기로 채웠고, 현이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는 부모가 되어가는 중이다, 어쩌면 이름을 짓는다는 건, 아들의 운명을 정해주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현이를 부를 때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너를 바라볼지를 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현아,

네가 이 이름처럼 어질고 슬기로운 사람으로 자라,

세상 어디에서도 너답게 빛나기를 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