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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Nov 21. 2021

간호사는 누가 간호하나요?

청춘

 더 이상은 듣고 싶지 않던 기사가 또다시 내 눈을 스쳤다. 몇 년 전 즈음이었나, 괴롭힘에 너무 힘이 든 나머지 한창 청춘인 간호사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당시 학생이었기 때문에 정확히 일의 힘듦이 어떤지, 그렇게나 얘기하는 태움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없었지만 내가 업으로 택할 곳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누군가 내 곁을 떠나갔을 때 가장 슬픈 건,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태움이라는 단어는 일반인들에도 이제는 나름 많이 퍼져있는 간호사들 간의 '괴롭힘'을 뜻하는 말이다. '괴롭힘'이라고만 하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윗 세대의 얘기를 빌려보자면 말 그대로 '신체적, 언어적 폭행 및 폭력'을 말한다. 어디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싶지만 첫 번째로는 아마 간호사라는 직업이 서로가 일을 하다가 그 뒤에 본인을 교대해 줄 간호사에게 인계를 줘야 하는 특이한 근무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실습 천 시간을 하고서 입사를 하게 된다지만 실무 환경이 실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기에 신입 간호사 교육기간이라는 것이 주어지는데 이 시스템도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식은 있을지라도 환자를 직접 응대하며 간호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인지라 사실상 백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 그런 상황에서 짧은 기간 내에 1인분을 할 수 있게끔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니 서로가 힘들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태움으로 빚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태움은 절대로 문화가 아니다. 문화라고 할 수 없는 뒤떨어진 '잘못 계승된 인습'이다. 


 심지어 태움은 신규 간호사 면접에서도 등장한다. '태움을 당하게 될 때에 본인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면접관들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질문을 왜 하는지 면접관의 자격이 의심이 될 정도이다. 아마 질문의 의도는 선배 간호사와의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물어보는 것일 테지만, 그게 과연 신규 간호사의 자질을 평가해야 하는 면접에서 해야 할 질문일까 싶다. 이전의 글에서도 다뤘었던 주제지만, 선배라는 입장이기에, 알려 줄 수 있는 입장이기에,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격앙된 분위기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부분도 일을 해봤기 때문에 나로서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행하고 있는 것이 '태움'이라는 인습의 항목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명확하게 잘못되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후배에게 지식을 전도하고자 하면서 왜 그 간호사를 죽여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더욱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세팅되어있는 간호사들이 갇혀있는 시스템이다. 

 

 병동의 경우에는 4주 정도 남짓되는 기간 동안 신규 간호사에게 교육기간이 주어진다. 언뜻 보면 길게 보이겠지만 실제로 그 병동의 모든 루틴 한 시스템과 행정 업무부 터해서 환자를 간호하는 것 까지 모두 '숙달'되기를 원하는 기간으로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더 기간을 길게 주기에는 가르치는 인적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진행되고 있지 않고, 교육 전담 간호사 등의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그마저도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다. 그러니 프리셉터(신입 간호사의 사수)에게 주어지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프리셉티(신입 간호사)에게 투사될 수밖에 없다. 우리 단체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노력들이 있어오긴 했지만 모든 노력은 항상 '인적 자원의 부족'에서 막히게 된다. 결국 우리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거나, 아예 유입되어 오지 않으려고 하게 되고 이 문제는 결국 처음 일어난 일인 것 같은 수준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프리셉티 교육도 필요하지만 프리셉터 교육도 절실하다. 애초에 인사 평가 등으로 프리셉터를 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은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미 그것은 '인적 자원 부족'이라는 이유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프리셉터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지어 나는 신입 간호사들이 들어오면 동영상을 찍어놔야 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왜냐면 그들이 계속 간호사를 하게 되면 언젠가 프리셉터의 역할을 할 것이고 프리셉터 교육 시 본인이 했던 실수들이 담겨있는 동영상을 보여준다면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리셉터를 하고 싶게끔 해야 한다. 어찌 보면 교육보다도 이 부분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대부분은 프리셉터를 꺼려한다. 말 그대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강도에 비해서 받는 보수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말 헌신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감정만 가지고 프리셉티를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간호법'제정이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간호법'에 의해 간호사들이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직접 인력산정을 할 수가 있어 간호사들의 업무과중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인력 산정을 할 수 있는 것도 절대적인 간호사 수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도 간호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직업일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한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에서 굉장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길게 봤을 때 이득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간호사들의 유입을 늘리고 사직률, 이직률을 낮추기 원한다면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간호사들도 노력해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내부적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한다. 옆에서 힘들어하는 동료를 보거나 혹은 그 동료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를 본다면 나서서 재지 해야 한다. 그 부서의 장들도 표면적인 부분에서만 부서원들의 관리를 할 것이 아니라 심층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어려운 말이지만 말 그대로 어렵기 때문에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곧 비가 올 겁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미세먼지가 걷히겠지요. 그리곤 추운 겨울이 오겠지만 높디높은 겨울 푸르른 하늘이 보일 거예요. 그 비가 아마 그대의 눈물이라면, 푸르른 하늘은 그대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겠지요. 


 떠나간 그대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갈망하고 또 절실히 원합니다.  


이미지 : 꽃 샤프란 - 꽃말 청춘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jjky08/22248500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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