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묘미를 찾아야 할 때

일기일회(一期一會)/법정

by 갈잎의노래

일기일회는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一期一會, 법정)


일기일회, 우리가 스스로 비추어 보아야 할 마음 거울이다. 잊고 있었던 삶의 의미를,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의 속살을 되짚어 보게 한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날이다.

무릇 묵은 시간에 갇힌 채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아야 한다.”(一期一會, 법정)


인생은 연습이자 실전인 단 한 번의 삶이다. 어제는 이미 되돌이킬 수 없는 흘러간 과거이고, 내일은 앞당길 수 없는 오지 않은 미래이며, 오늘은 멈춤 없이 스쳐가는 현재의 순간순간들이다. 수학에서 미세한 미분의 점들이 모여 면적 적분을 이루듯, 찰나의 순간순간들이 모여 삶이 되고 삶의 집합체가 인생이다.



스님은 말한다. 이런 엄숙한 일기일회의 인생판에서

“지금을 어떻게 사느냐가 다음의 나를 결정한다.”(一期一會, 법정)

어떻게 살아야 할까?

티베트 속담을 예로 들며 “직선으로 가지 말고 곡선으로 돌아가라.”라고 조언한다.

“서둘러 걸으면 라사에 도착할 수 없다. 천천히 걸어야 목적지에 도착한다.”(一期一會, 법정)


길 여행에서 주위 풍광은 여유 있는 걸음에게만 펼쳐 보인다. 천천히 걷는 발걸음에서 반가운 길벗도 조우한다. 걸으면서 길동무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걷다가 시장할 땐 밥 한 그릇 뚝딱, 쉼터에선 차 한잔의 여유, 이렇듯 느린 걸음으로 어느덧 목적지이다.


빠름에서는 여유와 돌아봄의 미학을 찾을 수 없다.

고속 주행은 필연적으로 주위와의 소통을 단절한다. 빠른 속도에 둘러볼 수도, 되돌아볼 수도, 우러러볼 수도 없다. 앞만 응시해야 할 숙명에 처한다. 자칫 한눈팔면 파멸이기에.

느린 걸음만이 사방팔방을 기웃거릴 수 있다.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가면서도.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듯이, 느려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직선을 동경한다. 물리적으로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길로 인식하면서. 슬프게도 직선은 다른 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한 가지 기준만 제시된다. 가장 빠른 길이어야 하며,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직선은 좌우 여백이 없는 길이다. 좌고우면의 성찰도 없다. 곧 이 길은 독선과 아집에 갇힌 유아독존의 길이다.


곡선은 다채로운 길이다. 자타를 모두 품을 수 있는 길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길은 갈래갈래 한없이 펼쳐진다. 곡선 길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좌충돌 우충돌 부대끼며 걸을 수 있다. 놀랍게도 모든 자연의 선율은 곡선이며, 곡선 길이지 않는가.


“자연, 흐르는 강물, 산맥, 해와 달을 보십시오. 다 곡선입니다. 직선은 조급하고 냉혹하고 비정합니다. 곡선은 여유와 인정과 운치가 있습니다.” (一期一會, 법정)


저력은 느림과 여유에서 움튼다. 빠름은 재촉과 조급함을 부를 뿐이다. ’빨리빨리‘에서 부실과 실패의 씨앗은 잉태된다.


삶의 지혜는 '곡선의 묘미'를 터득하는 데서 나올지도 모른다.

인생사의 무지는 직선의 논리에 심취한 결과일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