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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Jun 19. 2024

오래 전의 친구에게

 안녕. 오래 전의 친구야.

 아직도 일 년에 몇 번 카톡이나 DM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긴 하지만 우리 사이의 거리가 참 멀어졌지? 언젠가의 오해나 잘못들이 엉키고 설켜서 함께 눈을 마주 보고 앉기가 힘들어졌어. 그래도 가끔 내가 먼저 연락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알고 있을까.


 오늘 카톡의 업데이트한 프로필 화면에 아무 사진이 없는 네 카톡이 뜨더라고. 오늘은 네게 좀 우울한 날이구나. 항상 거의 강박적으로 밝으려 노력하는 나에게 넌 의문스러운 사람이긴 했어. 나 또한 어두워질 때가 있곤 하지만 넌 모두가 웃고 있는 곳에서 혼자 시무룩해했거든. 언젠가의 너에게 표정 좀 풀라고 나무랐던 나를 용서해 주겠니. 잘 알지도 못하고 화냈던 거 미안해.


 우리의 인연을 끊겠다고 말하던 날을 기억해. 그때 너는 말하지 않았던 여러 속마음을 얘기하더라고. 나랑 있는 게 즐거웠고 나를 닮고 싶었다 했나. 나랑 더 가까이에서 지내고 싶어서 집도 내가 살던 곳 옆으로 이사했던 거였다고. 뭐든 나를 따라서 함께 하고 싶었다고. 내가 하는 일도 그래서 같이 한다고 했던 거라고. 그런 진지한 얘기는 잘해본 적이 없던 우리라 마지막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던 것 같아.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이렇게 잃는구나 싶었겠지.


 최근에는 네가 먼저 DM으로 주말에 뭐 하냐고 묻더라고. 주말에 일정이 있어서 평일 저녁에 한 번 보자 하고 아직 못 봤네. 사실 아직도 너를 볼 자신이 크게 있지는 않은 것 같아. 너무 어리고 철없고 이기적이고 남에게 상처를 줬던 시기의 나 자신을 나 스스로가 아직 보듬을 수 없어서야. 그런 과오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해주어 고마워. 네가 좋아했던 내 모습은 아직도 그대로긴 해. 아직도 밝고 잘 웃고 여기저기 재밌는 걸 잘 찾아다니면서 살고 있어. 내가 네게 준 상처가 어딘가 남았다면 내 미안함이 닿아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해.


 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아직 네게 이 글을 보낼 수는 없지만 술을 좀 마시고 밤이 되면 보내볼까 해. 부끄럽지만, 사과하고 싶으니까. 고마웠고 미안했어. 조만간 내가 좀 더 단단해지면 꼭 얼굴 보고 웃고 떠들자. 좋은 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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