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용기로 얻는 행복

by Lydia Youn

내가 했던 조금 특이한 경험 세 가지를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한 타인을 위한 뜻밖의 선물을 했던 경험인데, 나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또 다른 가치관을 넓혀주는 데 큰 영향을 준 경험이다.


첫 번째는 대학생 때였다. 우리 학교의 단과대 건물 1층에는 항상 학생들로 붐비는 오픈된 인테리어의 카페가 있었다. 나도 그 카페를 매우 자주 이용했었는데, 언젠가 하루는 카페 의자 근처 쪽에서 청소를 해주시는 분들이 쉬고 계시는 모습을 봤다. 커피를 드시고 계시지는 않는 것 같아서 혹시 내가 사드리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커피랑 녹차라떼 같은 것을 샀었던 것 같다. 제가 이 학교 학생인데 혹시 이것 좀 드시면 어떠세요 커피를 못 드시는 분은 녹차라떼에요 이건, 뭐 그런 말을 하면서 그분들께 카페 음료를 건네드렸다. 사실 뭐 그리 비싼 가격의 음료도 아니었고 내 지출에 문제가 생기는 정도도 아니었지만 조금의 용기가 필요했던 행동이긴 했었다. 그랬더니 그분들께서 이 카페에서 음료를 마셔본 것이 처음이라고 정말 고맙다고 하시더니, 이 학교 학생이냐며 교수님께 말씀을 드려야겠다면서 엄청 좋아하시는 것이다. 그때 나는 이 학교 학생은 맞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마음을 누르고 맛있게 드시라고 하고는 자리를 벗어나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사 먹는 커피 한 잔이 누군가에게는 큰 응원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순간이 나의 작은 용기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뻤다.


두 번째는 파리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혼자서 파리를 여행하던 도중에 꽃집이 많은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한 프랑스 아주머니께서 한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꽃집에서 유심히 꽃을 들여다보시더니 결국 사지는 않으시는 거다. 왠지 나도 꽃을 사고 싶고, 그 아주머니와 강아지를 위해서도 한 송이를 선물해드리고 싶어서 장미 몇 송이를 샀다. 그중 한 송이를 당신과 당신의 강아지를 위한 선물이라고 말하면서 그 아주머니께 드렸더니, 그녀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장미라고 하시면서 활짝 웃으셨다. 누군가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하는 것은 이토록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세 번째 역시 누군가에게 꽃을 한 송이 선물한 적이 있었다. 인감도장을 만들 상황이 생겨서 집 근처 문구점에서 도장을 파고 서류를 뽑으러 가는데, 아저씨께서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냐면서 잘 되길 바란다는 식의 말씀을 해주셨었다. 그때의 나는 아저씨의 그 작은 응원이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마음을 전할까 하다가 갑자기 꽃이 생각났다. 중년의 남성이 꽃을 선물 받는 상황은 결코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꽃집에서 꽃을 사서 아저씨께 한 송이를 드리니 아저씨 역시 전에 본 적 없는 표정으로 활짝 웃으셨다. 잘 지내고 계시려나, 지금은 이사를 와서 약간 거리가 멀어졌지만 언젠가 그 동네를 방문한다면 다시 한번 찾아뵈어야지. 노트라도 한 권 사면서, 아저씨, 몇 년 전에 꽃 한 송이 선물했던 사람 기억하시나요? 라며 스몰토크를 해봐야지.


내가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도 엄마 때문인 것 같다. 엄마는 항상 남들을 챙기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게 엄청나게 큰 선물이라거나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는 행위는 아닌 것 같다. 그냥 감을 많이 사면 경비아저씨께도 나눠드리고, 모임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을 더 먹이기 위해 음식들을 챙기거나 요리를 하시고,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핸드폰을 붙잡고 함께 기도를 하시고,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신다. 아, 이거 어찌 보면 큰 노력이구나, 아니 큰 노력이 맞는구나. 아무튼 간 이렇게 사랑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 나는 마음을 나누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으로 컸다. 그냥 가끔씩 주변 사람들을 챙기거나 적어도 웃으며 모두를 대하려 하고, 가끔씩 눈물을 흘리며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씩 이곳저곳으로 봉사를 다니고, 가끔씩 어딘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열심히 행동하려고 한다.


이런 삶의 태도 덕분에 나는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사람들이 많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져서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겠지. 엄마의 주변에도 항상 엄마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엄마에게서 이런 좋은 달란트를 배운 것이 참 감사하다. 난 오늘도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즐거워진다면 그게 곧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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