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에

by Lydia Youn

어디선가 본 글인데 짧은 말을 쓰려했다가 가장 긴 말을 쓰게 되는 게 사랑이고 긴 말을 쓰고 싶다가도 결국 짧은 말을 쓰는 게 이별이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한 달 내내 긴 편지를 꼬박꼬박 써서 부치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짧게 줄이겠다며 3줄 글로 관계를 끝내곤 하지.


말이 길든 짧든은 별로 중요치 않아. 몇 시간을 얘기해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단 한 마디에 심장을 가져가버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난 너를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썼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큰 마음에 나 자신이 잠식될까 봐 쓰지 않을 수 없었어. 쓰지 않을 땐 자전거라도 타러 나갔고, 친구라도 만나러 나갔어. 너에게로 내 모든 사랑이 집중되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근데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중 하나는 멀리서 너를 그리워하면서 매일매일 편지를 쓰던 때야. 유럽 여행을 하면서 나라 별로 예쁜 엽서를 모아서 네게 매일 편지를 썼어. 매일매일 네 생각을 했고, 매일매일 너와 전화했고, 매일매일 너를 위해 이것저것 글들을 썼었지. 그리고 어딘가로 멀리 가야만 했던 너를 위해서도 매일매일 글을 썼어. 내게 그때 당시의 하루는 나와 멀리 떨어진 너로 가득 찼어. 혼자 이것저것을 척척 해내고 어딘가 기분 좋은 곳에서 술을 한 잔 하면서 네게 편지를 쓰는 게 좋았어. 너를 사랑하고 있던 내 모습이 참 예뻤어.


너를 멀리서 응원하게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너에 대해 이렇게 줄줄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아직 나는 이별하지 않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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