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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26. 2015

나의 3대 음악철황 #1

신해철, 김현철, 이승철

사람은 자신의 젊은 시절 취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별로 없다. 세월이 지나면 좋아하는 음식, 책, 색깔, 이상형도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음악적 취향은 중고등학교 때 듣던 음악으로 굳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버텨야 하기에 10대 시절을 어둠 속에서 답답하고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 안에 갇혀버린 심정으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음악으로 답답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받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학창시절에 들었던 음악적 취향이 나이가 들어서도 변치 않을지도 모른다. 마음 깊숙히 자신을 위로했던 음악을 늘 곁에 두고 싶어한다.



나의 음악 3대 철황은 신해철 (1968), 김현철 (1969), 이승철 (1966)이다. 내가 1976년생이니깐 중학생 1학년 때에 그들은 20대 초중반의 가수였다.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영화배우나 탤런트는 동년배가 제법 있지만 좋아하는 가수는 자신보다 6 ~ 10살 정도 연상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즐겨듣던 음악을 부르고 만들던 사람들은 대학에 막 입학 또는 졸업하는 사람들이었다. "음악 취향에 있어서의 시간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 시절 20대 남자 이름의 끝에 "철"자가 유독 많이 들어갔었다. 내게 희망과 위로를 줬던 나의 음악 3대 철황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안타까운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난 신해철의 음악과 삶을 얘기해야 겠다. 다음으로는 3대 철황 중에 가장 젊고, 가장 데뷔가 화려했으며, 20살 천재의 등장이라고 찬탄했던 김현철을 얘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3대 철황 중에 제일 나이는 많으나 아직까지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승철에 대해서 얘기코자 한다.

  

1. 신해철 (1968.5.6 ~ 2014.10.27)

1편. 신(새로움, NEW)


신해철이 속해 있던 그룹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신해철은 무한궤도 그룹의 일원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으로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하다. 그리고 솔로로 활동하다가 넥스트를 결성한다.  넥스트는 New Experiment Team의 약자이다. 즉 새로운(신) 실험을 하는 팀이라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로 퍼즐을 맞추듯이 애너그램을 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신해철은 그 정도의 치기 어린 장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천재류의 인물이다. 어쩌면 누군가 그 퍼즐을 풀어주길 은근히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답을 말해버리면 재미가 없겠지만, 1편인 만큼 초반에 비밀을 말해버리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신해철은 2집 Myself 앨범을 내고 1992년 부터 넥스트 그룹을 결성해서 1997년까지 넥스트로 그룹 활동을 한다. (물론 나중에 또 재결성한다.) 1994, 1995년에 The Return of N.EX.T 1집 ,2집를 발매한다. 이름도 정말 거창하다. 1집의 제목은 The Being(존재)이고 2집의 제목이 The World(세계)이고 2004년도 재결생해서 월드컵 분위기에 고조되어 3집의 제목 대한민국을 발매한다. (정확히 말하면 1,2,3집이 아니고  N.EX.T의 리턴 1,2,3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퍼즐에 해당하는 4집 Lazenca를 발매한다. 신해철이란 석자 이름은 라젠카란 애너그램(문자로 하는 일종의 수수께끼)에 숨겨져 있다. 그 당시 분위기는 만화주제가는 대중가수가 부를 만한 수준 높은 음악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다. 미국은 엘튼 존(라이언 킹), 셀린 디온(미녀와 야수)과 같은 가수가 있었고, 일본은 연주곡적인 요소가 강해서인지 카우보이 비밥 OST와 같은 명반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근데 뜬금없이, The Being과 The World로 한 껏 무게를 잡고 “불멸에 관하여” 이런 곡을 불러대던 그 넥스트가 어린 애들이나 보는 만화주제가를 불렀던 것이다. 당시에는 김국환(은하철도 999)과 같은 무명시절 트로트 가수나 어린이 합창단 정도가 부르는게 만화 주제가였다. (절대 김국환을 비하하는 글이 아니다.)

근데 신해철은 라젠카를 멋들어지게 만들었다. 넥스트 멤버는 철갑으로 두른 갑옷을 입고 “해에게서 소년에서”를 부른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라젠카 앨범 속의 넥스트 멤버를 보고, 또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곡을 듣고 전율했다.


넥스트(신)가 철갑옷(철)을 입고 앨범 자킷을 찍어놓고,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곡을 불렀다. 신해철이 만들어 놓은 애너그램을 풀어놓은 기분이었다. 그도 분명히 누군가가 그 퍼즐을 풀어줄꺼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날 밤 난, 그 곡을 수 없이 또 듣고 들었다. 


신해철은 두 장의 단독앨범을 내고 넥스트(신)로 새로운 음악을 여럿 시도한다. 테크노와 락을 결합한 음악을 보였다. 남궁연이 말한대로, 신해철은 항상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새로 알게된 음악적 기교와 방법을 동료 음악인에게 전수해주었다. 하지만 음악적인 시도보다 더 새로운 것은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었다.


신해철 이전의 한국 대중음악은 대게 “나”의 감정에 촛점에 맞춰져 있었다. 이별, 사랑, 외로움, 한 등으로 표현되는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또한 다른 방향은 “나”를 둘러싼 환경에 촛점을 맞추기도 했다. 후자의 대표적인 노래는 김민기, 노찾사, 노동가요이다.


근데 신해철은 그냥 “나”에 관심을 가진다. 2집에서는 Myself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내고 “나에게 쓰는 편지”와 같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과 비슷한 곡들을 발표한다. 그 시절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헤르만 헤서의 데미안, 유리알 유희같은 중2병과 같은 실존적이고 문학적 내용을 테크노 음악 비트에 맞춰서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가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얘기를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런 새로운 시도는 여태껏 없었다. 


그래놓고, 1994년에는 New Experiment Team이란 그룹을 만들고 존재와 세상에 대해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대중들은 헤어짐의 아픔, 연인의 세레나데와 같은 노래를 원하는데, 넥스트는 “병아리 얄리”로 죽음을 얘기하고, “불멸에 관하여”를 부르며 불멸에 대해서 노래했다. 앨범 기획자 입장에서는 아예 흥행을 포기해버린 듯한 기획인 셈이다.


신해철은 넥스트 시절에도 윤상과 함께한 노댄스 시절에도, 비트겐슈타인 시절에도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게 자신의 성처럼 주어진(Given name) 이름인 양 운명처럼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라젠카를 부른다. 이 또한 그의 도전적이고 새로운(신) 음악적 시도이었다. 최근에 혼자서 아카펠라 모든 파트를 다 부른 A.D.D.A 또한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그의 Given Name(신)이었던 셈이다. 


넥스트(신)가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노래를 (철)갑옷을 부른다. 정말 멋진 애너그램이 아니던가. 1편은 Lazenca의 노래로 마친다.

“너의 꿈을 비웃는 자를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퍼질꺼야

더 높이 더 멀리 너의 별을 찾아 날아라”


2편. 해(바다, SUN)


"넥스트의 The Return of N.EX.T 1의 마지막 트랙곡 제목이 그 유명한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이다. 신해철은 OO에 관하여 란 제목으로 총 2곡을 발표한다. 영어로 얘기하면 About OO 정도가 된다. 1994년 불멸에 관하여(The Return of N.EX.T), 1996년 절망에 관하여(정글스토리)이다.

The Being의 마지막 트랙곡 -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정글스토리의 첫 트랙곡 - “절망에 관하여” 


정말 신해철의 앨범 제목과 트랙 순서의 선정은 가히 천재적이다. 인간이 고민을 한다. 내가 누구인가. 난 어떤 존재인가 등등 실존적인 질문을 대개의 경우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에 하게 된다. 그런데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대부분 마지막에 마주하게되는 존재가 “신(God)”이다. 그리고 그 신의 속성 중 하나는 불멸이다. 신은 무한적인 존재이고 인간은 유한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불멸의 신을 언젠가 마주하게 된다. 


신해철의 데뷔가 바로 “무한” “궤도”였다. 신해철은 존재(The Being)를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마주하게 된 “불멸에 관하여”를 노래하였다. 불멸의 존재로 바다(해)를 상징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부르는 애국가의 한소절을 차용하여 불멸(영원)을 바다로 비유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도록” 이란 의미는 영원토록이란 비유의 표현이다.  


불멸의 관하여란 곡을 잘 들어보면 (반드시 들어봐라)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관악기, 기타 소리가 전주를 시작하고 신해철의 보컬이 나온다. “바다 검푸른 물결 너머로 새는 날개를 펴고” 이렇게 시작한다. 


신해철의 두번재 이름 “해”는 바로 바다를 상징하는 퍼즐이다. 신해철은 넥스트(신)란 그룹을 통해서 불멸(해: 바다)에 관하여 노래하였다. 불멸의 존재 앞에서 유한의 존재인 인간은 “시간은 이렇게 조금씩 빨리 흐르지만 나의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후회는 없으니”라고 노래한다.


신해철은 무한궤도라는 그룹의 작명에서 자신의 이름 두 글자를 숨겨놓는다. 무한은 불멸이고 불멸은 바다(해)라는 퍼즐은 앞서 얘기했다. 궤도는 쉽게 얘기하면 탱크의 바퀴를 감싸고 도는 연결고리 같은 것이다. 궤도는 철로 만든다. 그래서 무한궤도는 바로 해철의 애너그램의 상징이다. 무한이란 신의 존재 앞에서 한없이 돌아도 제자리에 오게 되는 궤도는 인간의 굴레와도 같은 시지포스의 신화를 상징한다.


신해철의 두번째 퍼즐은 불멸에 관하여, 즉 해에 대한 고찰이다. 그런데 신해철은 여기서 대충 끝내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면 알아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1편에서 얘기한 라젠카에서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곡을 발표한다.


여기서 해는 SUN을 상징한다. 해(SUN)도 바다(Ocean)와 마찬가지로 불멸의 존재인 셈이다. 그래서 첫 노래 소절을 “눈을 감으면 태양의 저편에서 들러오는 멜로디 네게 속삭이지”라고 분명히 얘기한다. 그런데 사실 해는 불멸의 존재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해철”이라는 자신을 이중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해철”에게서 소년에게 말하는 얘기인 셈이다. 절대적 존재인 불멸의 “해”가 소년들에게 읖조리듯 또한 다짐하듯 노래한다.


“저의 꿈을 비웃는 자를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버리는거야”라고 다짐하듯이 노래한다.


신해철은 무한적인 불멸의 존재 해(바다, SUN) 앞에서 유한한 인간(철: 3편에서 설명)이 할 수 있는 얘기를 한다. 그게 “절망에 관하여,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두 노래 속에 숨겨져 있는 두번째 퍼즐인 셈인다.

마지막으로 그가 죽기 전에 유명해 질 곡을 지목한다.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잘 들어보면, 민물장어는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한다. 그 노래에서는 그 어딘가가 어디인지 말하지 않는다. 난 그 어딘가가 바다(해)라고 생각했다. 민물장어가 바다로 나아가는 꿈..


그는 그 꿈을 얘기하고 싶어했다. 익숙한 가는 거친 잠자리(민물)에서 벗어서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인 바다로 가고 싶어했던 것이다. "한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라고 노래한다. 정말 눈물나는 명곡이다. 


민물장어(해철)은 좁고 좁은 저 문(철)으로 들어가는 길을 통해 바다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신해철은 그의 곡에서 “해”란 이름을 통해서 불멸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래서 그는 해를 향해 날고 싶은 이카루스의 심정으로 그렇게도 “날고” 싶어했다. 그의 곡에서 유난히 “날다”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날아라 병아리”에서도 그렇게 노래했다.


신해철은 그렇게 불멸에 관하여를 부르며 해(바다)를 노래하고, 해(SUN)에게서 소년에게를 부르며 날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는 불멸을 향해 사라졌으며 마침내 날았다


3편 철(철학, Iron)

신해철은 68년 생이고 88년도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는다. 그는 송파구(잠실) 올림픽 공원 근처에 있는 보성고를 졸업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서슬 퍼른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를 역행하면서 총칼(철 Iron)로 버틴 이유는 경제호황과 올림픽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올림픽이 대대적으로 개최된 장소가 신해철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보성고(1985-1987) 근처이다. 


거기서 신해철과 고교 동창은 밴드를 구성해서 음악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는 서강대 철학(철)과에 진학한다. 무슨 생각으로 동쪽인 잠실에 사는 고3 신해철은 서쪽에 있는 서강대에 갔을까? 현실적인 이유 중에 하나는 친구들이 서울대, 연세대에 진학했으니 그나마 가장 가까운 대학이 서강대인 셈이다. 같이 밴드활동을 할려면 연습이라도 해야할 텐데, 고려대나 한양대에 진학해버리면 밴드활동 하기가 사실상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2호선을 타고 다니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노선을 보고 "무한궤도"라는 그룹명 자신의 이름과 착안하여 작명했을지도 모른다. 그저 나 혼자만의 상상일까? 


아무튼 신해철은 서강대 철학과에 진학했다. 거기서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똑똑했지만 음악으로 인한 과외활동으로 학교성적이 성적 상위학과(법대, 상경계 등)에 미치지 못했다면 다른 전공도 많을텐데 왜 하필 철학과에 진학했을까? 그저 학적을 두기 위해서, 대학가요제에 진출하기 위해서 선택했을까?


그 당시 영상자룔를 보면 무한궤도를 설명하는 자막이 나온다. 무한궤도(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대학순서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독한 학벌주의도 변하지 않았다.

신해철은 "철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이 세상에서 당연히 여겨지는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물음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한다. 나 또한 학창시절 내내 불렀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란 노래를 왜 쉬는 시간마다 불러야 하는지? 또 왜 평화의 댐을 짓는데 어린 학생들이 웅변대회를 해야했고 코흘리개 돈을 모금해 가는지 궁금해 했다. 그래서 그가 만든 노래가 "70년대를 위하여"이다. 그가 학창시절 어렴풋이 느꼇던 철(Iron)권 정치에 대항하던 수 많은 사람과 청춘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우습게도 그 곡의 마지막은 "전두환" 옹이 특별히 출연해서 무료로 피처링을 해주였다. 난 한국 가요 중에 이보다 멋지고 Irony한 피처링을 보지 못했다. 신해철은 그 시절 사회 부조리에 대항하는 청춘들을 보며, 또한 올림픽로 인해 들뜬 공사현장 투성인 잠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부조리를 위해 동성동본인 연인들을 위해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란 곡을 쓴다. 


신해철은 2편에서 얘기했듯 OO에 관하여 라는 제목으로 두 곡을 쓰고 OO을 위하여 하는 제목으로 두 곡을 쓴다. 이미 얘기한 70년대를 위하여와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이다. 이상하리 만큼 그는 이런 것까지 계산하고 곡을 쓰지 않았을까 한다.


그의 철학은 총칼이 상징하는 부조리한 철(Iron)이 있고 인간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철(Iron)에 대한 끊임없는 여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부조리와 불합리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피력하기도 했으며, 인간의 존재가 철(Iron)과 같이 단단해 보여도 언젠가는 녹슬어 버리는 존재임을 또한 노래했다.


그래서 절실히 불멸에 관하여, 절망에 관하여 노래하였고 바다(해)로 가고 싶은 민물장어의 꿈도 노래하고 해(Sun)을 향해 날고 싶은 병아리 얄리를 노래했다. 

1988년 21살의 대학 2년생 신해철은 잠실에서 신촌(서강대)까지 순환선인 2호선을 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무한궤도(해와 철)이란 그룹명을 짓고 무심히 미소지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라젠카의 앨범자킷을 보며 수수께기를 만들어 놓았을 수도 있다. 전두환 이란 엄청난 사람과 피처링하고 혼자 웃었을 지도 모른다. 신해철은 그런 사람이었다. 


내게 아니 우리 시대에 신해철이란 뮤지션을 가질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지만 다른 세상에서도 분명히 "그대에게"를 신나게 부르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무한궤도를 설명하는 자막에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가 아닌 그냥 "무한궤도 (해철)" 이길 믿는다. 신해철 그 이름 석자가 준 수수께기를 풀며 그가 던지 메세지를 가슴 속에 품으며 난 오늘도 그의 음악을 듣는다.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그댈 사랑해"


곁가지1. 그대에게, 그리고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부제 : 요한의 아들 시몬아, 그리고 신해철)


그대에게란 노래를 들어보면, 전형적인 록밴드의 곡 진행구성을 보인다.

첫째, 빵 터지는 전주 (행진곡 풍의 키보드, 바로 이어지는 베이스와 드럼 합주)

둘째, 메인보컬의 워밍업 (워우예~~, 워워워~~)

셋째, 메인보컬의 첫 소절과 등장하는 일렉기타 

넷째, 크라이막스에 이르러서 등장하는 보컬, 키보드, 드럼, 베이스, 일렉기타의 합주

다섯째, 절대 빠질 수 없는 리드 기타의 독주 (중간 반주)

여섯째, 그리고 다시 등장하는 메인보컬의 포효

일곱째, 모든 멤버가 같이 부르는 합창과 메인보컬의 애드립까지..

여덟째, 그러다가 느려지면서 등장하는 보컬과 키보드만의 합주

무한궤도 멤버들은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탈 전략을 세웠음에 틀림없다. 마치 교과서적인 곡 전개를 통해서 통렬하게 “우리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그렇게 신나게 무한궤도는 “그대에게”를 부르며 데뷔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신해철은 1집 앨범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을 발표한다.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의 전주곡은 “그대에게”의 마지막 곡 진행을 그대로 차용하였다.


“그대에게”는 키보드로 반주했고, “슬픈~~”은 멜로디 장난감(뚜껑을 열면 한 음씩 나오는 장난감)으로 반주한다. 정말 기가 막힌 음악적 구성인 셈이다. 영화 속에서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이 예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에서 받은 선물(멜로디 장난감)을 열면, 그 속에서 발레복을 입은 여자모형이 돌아가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해철은 그런 영화의 한 장면같은 극적인 구성을 염두해 두고 “슬픈~” 전주를 차용한다. 


난 “그대에게”와 “슬픈표정하지 말아요”란 이 두 곡에서 성경(Bible) 속의 두 인물을 떠올렸다. 그 두 사람은 예수님과 베드로이다.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자신이 잡혀서 고난을 당하고 죽게 될 것임을 예언한다. 베드로는 자신있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떠나도 자신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베드로를 향해 예수님은 닭이 세번 울기 전에 베드로가 세 번 자신을 부인할 것임을 또한 예언한다.

“그대에게”란 곡의 전개 방식이 마치 베드로의 그것과 비슷한다. 자신있게 말한다.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베드로의 고백인 “자신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다”라는 표현과 싱크율 100%이다.


그러다가 “그대에게” 마지막에는 강한 비트가 사그라지고, 키보드와 목소리 만으로 노래한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언제나 그댈 사랑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가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기 전까지의 구성이다. (그러다가 무한궤도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시고, 3일 만에 부활해서 갈릴리 바닷가에서 제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 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물어본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3번 물어본다. 그 때 베드로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당신이 아십니다” 이렇게 답한다. 그렇게 자신있던 베드로(예수님을 알기 전의 이름인 요한의 아들 시몬)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나기도 하고 자신의 사랑이 결코 인간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신해철 1집인  “그대에게” 마지막 연주 부분을 그대로 차용한다. 자신있게 그대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신해철은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란 노래를 부른다.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 하는지”라고 부른다. 막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환경, 성격, 경제력 차이 등 헤어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베드로처럼 이렇게 고백한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그런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난 포기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 없겠죠”라고 노래한다.

“그대에게”는 상대방의 감정, 환경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반드시 사랑을 이루고 말겠다는 선언적인 노래인 반면,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는 힘든 세상살이와 힘겨움이 있지만 서로의 사랑을 소중히 지켜가겠다는 수줍은 고백과 같은 노래이다. 두 곡은 사랑의 노래이지만 서로 다르다. “그대에게”는 만난지 백 일정도 지난 사람이 부름직한 노래이고,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는 사귄지 몇 년은 지난 사람이 부를 만한 노래이다.


신해철은 아마도 이 두 곡의 전개를 성경에서 가져왔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두곡을 왠만하면 연속해서 듣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이 곡들의 진가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대(신해철)에게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 라고 말하고 싶다.


"Dedicated to 신해철”

“Very Special Thanks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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