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영 Apr 07. 2023

우리는 앞으로 더 재밌고 행복할 거야

Eldon - Pink cheeks

Say that you're the one I need. I loved you since I kissed your cheeks.



그 애는 우하하하, 웃었다. 어쩐지 그 웃음이 처음 듣는 순간부터 참 신경 쓰였다.


그 애는 표정이 나와 닮았다. 웃지 않으면 꽤 사나운 표정. 나는 주변의 안심을 위해서 하핫핫하, 까무러치듯 웃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시덥잖은 농담을 한다. 걔는 우하하, 웃고 코미디언 같은 자세로 기침을 한다. 사실 천사인데, 무슨무슨 사정으로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떼어 사물함에 구겨 넣어뒀다고 한다. 그래서 줄곧 신경 쓰였다.


아주 가끔, 그 애는 화를 내거나 울었다. 그럴 때마다 난 왜인지 웃었다. 그래서 내가 과연 사이코패스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얼마 전 걔가 천천히 발을 맞춰나가자며 살며시 내 손을 잡았을 때도 같은 웃음이 났다. 다행히, 그저 솔직한 그 애를 좋아했던 거구나, 알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정말정말로 귀여워서 절대로 내 앞이 아닌 곳에서 화를 내거나 울지 않기를 바랐다.


그 애도 자꾸 우리가 닮았다고 한다. 생각이 아주 똑같다고, 깊고 짙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랍다고 한다. 도톰한 입술로 그 말을 할 때면 새하얀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사실 얘는 농담을 한 적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한다. 사람인지 확인하려 발간 볼에 입을 맞추면 부끄럽다며 배시시, 하고 그게 또 정말정말로 귀엽다.


그 애는 이제 내 앞에선 흐흣, 이라던가 히힛, 하고 웃는다. 그 웃음이 진짜 말도 안 되게 좋고 언제까지나 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후훗, 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지개는 끝내 신기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