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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Jun 11. 2021

무지개는 끝내 신기루

Damons Year - Rainbow

그리움은 남았지만, 난 표현하지 않겠죠.
우리는 저물어간 노을 같아요.


오늘처럼 치열하게 하늘을 우러러봐야 하는 날의 마음은 공기空氣다. 그 위에 난 생채기로 새는 오늘의 빛줄기가 난생처음 보는 두께와 선명함이어서 눈이 시리고 목뼈가 저린다. 저 아치를 한참 건너던 날들이 색선色線마다 오버래핑. 휘황찬란함에 눈이 멀까 한껏 황홀하지 못하고 그저 다리 끝의 유무를 따지던 어림에, 이제는 빙그레한다. 애초부터가 비 온 뒤의 볕으로 생기는 탓일 테다. 서로 다른 비율로 굴절한 너와 나의 시간들. 따로는 벌개서 부끄럽고 검퍼래서 서글퍼도, 한눈에 담으면 결국 둘도 없는 아름다움이다. 감격을 땅에 떨구고 다시 고개를 들면, 다채로운 감흥 외에는 아무 흔적이 없다. 아, 우리는 저 신기루로구나. 금방 저물어도 최선으로 두근거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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