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밤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

by 재영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끈적한 하루다. 분명히 주머니에 있었던 아끼는 립밤은 쥐도 새도 모르게 휴가를 갔는지 통 잡히지가 않아서 건조한 겨울바람에 쩍쩍 갈라지는 입술 위로 겹겹이 쌓인, 급하게 산 저렴한 립밤과 피떡도 끈적하고, 화수분 같은 일거리들 탓에 넷플릭스로 틀어놓은 액션 영화 추격씬 속 자동차들의 속도에 맞춰 먹어야 했던 끈덕진 순대국밥도 아직까지 위장 속에서 끈적하며, 겨우겨우 도망쳐 온 아담한 보금자리의 문을 여니 틀어놓고 나간 보일러와 채 널지 못한 빨래더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동하는 꿉꿉한 냄새에 그나마 살며시 올라왔던 기분마저 끈적하다.


끝까지 가만 놔둬줄 생각이 없는, 다시금 급속으로 돌린 빨래를 잡히는 대로 아무렇게나 건조대에 걸고 그 와중에 바닥에 쏟아버린 섬유유연제를 닦는 등의 온갖 잡일들과, 뜬금없는 이의 얼척없는 안부인사를 포함한 연락들을 어떻게든 다 처리해내고 드디어, 드디어 몸을 내던지며, 축 늘어진 채로 굳어버린 라텍스 매트리스가 쉬이익 한숨 쉬게 하니, 환기라도 시킬 생각에 아까 열어 두었던 창문 틈으로 먼지 실은 밤바람이 늦은 집들이를 와서 끝까지 수고롭다.


참 정신없이 요란했던 하루, 끊임없이 부대끼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홀로 누우니 새삼 옆구리가 궁금해서 하루 종일 함께 고생한 핸드폰을 한번 더 보채 본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페이스북의 신호등을 번갈아가며 쉼 없이 불을 켜보지만, 신호대기 중인 차량은 하나도 없는 시골길의 등대일 뿐이어서, 여기 이 조그맣다 못해 숨 막히는 방보다도 고요할 뿐이다.


이름도 모르는 두 처자의 살가운 위로에 괜스레 탓을 돌리며 이미 무말랭이인 눈물샘으로 공기눈물 몇 방울 또르륵하니 눈가 주름처럼 구겨진 이불 위에 휴가 갔던 립밤이 천연덕스럽다. 내일은 꼭 들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