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디자인 내지 1편
오늘은 북디자인 내지 부분에서 '본문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내지 디자인의 중요성
여러분은 서점에서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기준이 어떻게 되시나요? 지인의 추천이나 아무런 정보 없이 도서를 고른다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표지 디자인이나 마음에 꽂히는 제목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한번 만나서 다 알 수 없듯 책 또한 화려한 겉표지에 의존하지 않고, 안에 내용이 충실하고 독자의 편리함과 가독성을 고려한 내지 디자인을 설계할 때에 비로소 '좋은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베르트 카퍼, 『북디자인 101』에서 옮긴이가 "규칙에 얽매일 필요 없이 네가 원하는 대로 만들면 된다"라고 밝혔는데, 북디자인의 완벽한 정답은 사실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수의 독자들이 선호하는 규칙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앞으로 두 번에 걸쳐서 '내지 디자인' 작업 시 참고할 만한 '규칙'들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선 『북디자인 101』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이미지 또한 일일이 스캔하였습니다. 그러나 내용의 구성과 순서는 약간의 기획이 들어갔습니다.
이번 글은 '내지 본문'과 관련된 내용들로 1편에 해당하고 2편은 본문 앞뒤에 배치된 '권두와 권말'에 관한 것으로 다음 시간에 이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본문 내용_타이포그래피
글줄의 최적 길이는 일반 단행본에서 주로 쓰는 9~10pt로 본문을 조판할 때 8~10cm이다. 학술 서적을 디자인할 때, 특히 폭이 넓은 수식과 표가 나오는 책의 경우에는 글줄의 길이는 최대 126mm까지 늘어 날 수 있다. 이경우에는 2단 혹은 그 이상으로 단을 나눠서 글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판면을 둘러싸고 있는 여백의 기능은 독서 행위를 돕는 것이다. 시선이 글줄을 따라 이동하고 판면을 가로질러 방향을 바꾸는 독서 과정에서 여백은 눈을 보호한다. 책의 '안쪽 여백'은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가 만나면서 시각적으로 합쳐진 듯한 하나의 여백을 만들어 내므로 '바깥 여백'보다 좁게 잡아도 된다.
역사적 선례는 종이의 사용량(페이지당 판면의 크기)을 고려한 다음과 같은 여백 비율을 추천한다. 아래 표에 나온 비율이 아닌 다른 여백 비율도 가능하지만, 각 여백 간의 비율은 항상 명확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본문에 사용하려는 서체의 특성과 그 표현은 글의 내용과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각각의 서체는 특정한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으며, 서체가 불러일으키는 연상 작용은 부드럽거나, 엄격하거나, 감정적이거나, 합리적인 느낌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벰보, 가리송, 장송 등의 '올드스타일 계열' 서체는 소설에 잘 어울리고, 보디니나 디돗, 발바움 등의 '디돈 계열'의 서체는 학술서에 어울리며, 헬베티카, 유니버스, 딘 등 '산 세리프 서체'는 기술서에 적합하다.
북디자이너는 언어와 역사, 지역적 관련성 그리고 예상되는 독자층에 따라 어떤 서체를 써야 할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서체 선택은 책을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연속적인 글을 읽을 때 성인에게 적합한 글자의 크기는 9~10pt이다. 크기가 8pt로 설정된 글을 읽을 때에는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12pt나 그 이상의 크기에서는 일반적인 독서 거리(책과 눈 사이 거리로 대개 30~35cm)에서 책을 읽을 때 사람의 시선은 적은 수의 글자를 포착하게 된다.
또한 6pt나 7pt로 조판된 많은 양의 글을 읽는 것은 눈에 해롭기 때문에 분량이 많은 글을 작은 크기로 설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어린아이를 위한 입문용 책의 서체 크기는 36pt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첫 학년이 끝날 때까지는 항상 16pt 이상으로 조판해야 한다. 2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아이들을 위한 책의 경우 12~14pt로 조판한다.
노인이나 시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서는 더 큰 서체 크기를 사용해야 한다.
글줄 사이가 좁고 빽빽하게 짜인 글은 적절한 사이 공간이 있는 글보다 읽기 어렵다. 예를 들면 글자의 크기가 10pt에 글줄 길이가 적절한 글의 경우, 두 글줄 사이에 놓인 공간의 평균 크기는 2pt이다. 또한 이 크기는 서체나 종이, 지면의 사용에 따라 1pt나 3pt가 될 수 있다. 행간을 정할 때에는 글자 크기뿐만 아니라 가장자리 여백 비율 또한 고려해야 한다.
영국의 타이포그래퍼 마일스 팅거Miles A. Tinker는 『인쇄물의 가독성 Legivilirty of Print』에서 "행간과 글자 크기, 글줄 길이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중 행간이 가독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로마자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일반적으로 행간을 글자 크기의 110~130%로 주며, 한글 타이포그래피에서는 그보다 대비가 큰 180~210%로 본문 조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행간이 꽤 좁은 편인 열린책들 출판사의 소설 포맷은 글자 크기 대비 행간의 크기를 165%로 잡고 있다.
구두점이 문장을 나누고 정리하는 것과 같이 들여짜기는 단락을 정리하고 구성한다. 단락을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들여짜기를 많이 하는데 로마자의 경우 보통 1전각(Em Quad) 크기로 들여 쓴다.
많은 서적에서 볼 수 있는 양끝정렬 방식의 판면에서 한 단락의 마지막 문장이 판면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맞닿아 끝날 경우, 들여짜기가 없다면 다음 단락과 이전 단락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들여짜기는 단락의 구분을 알리는 유일한 표시가 된다.
책의 첫 줄이나 각 장의 첫 줄 그리고 인용이나 각 단락 뒤에 한 줄을 비운 후 나오는 글줄은 이미 구성상 표시가 되어 있으므로 들여짜기가 필요 없다.
일반적으로 책의 판면은 모든 페이지에서 같은 높이, 즉 같은 글 줄 수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을 조판할 때는 되도록이면 한 문단의 마지막 줄이 다음 페이지의 첫 줄에 걸쳐 끝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예외적으로 한쪽 판면의 글줄을 한 줄 더 늘리거나 줄인다. 이러한 방법은 특히 사진 식자에 적합하다.
한 단락의 마지막 줄에 낱말 하나나 두 개 정도로 끝나는 것을 '파리똥 Flieger-schiess', 한 문단의 마지막 줄이 다음 페이지의 첫 줄에 걸쳐 끝나는 것을 '사생아 Hurenkind' 또는 '과부 Witwe'라고 부른다. 한글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외자'와 '외톨이 줄'로 표현한다.
문단의 첫 줄이 단의 맨 아랫줄에서 시작하는 것은 '구두 수습공 Schusterjunge'이라 하는데 여기에 나온 예시는 모두 서적 타이포그래피에서 가독성과 레이아웃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피해야 할 것들이다.
본문 내용 외 중요한 것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본문 중간에 들어가는 제목을 표시할 때는 한 줄 띄어쓰기나 확실하게 눈에 띌 정도의 공간을 두고 들여쓰기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제목의 중요도에 따라 본문에 사용한 서체의 자족 중 이탤릭체나 세미볼드체, 자간이 잘 조정된 대문자를 본문과 같은 폰트 사이즈나 한 단계 키워 표시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많은 하위 제목이 붙어 있는 학술 서적이나 전공서의 경우 하위 제목마다 상하위 중요도에 맞춰 각각 다른 크기로 구분하거나 강조 방법을 다르게 표시하는 것보다는 번호를 사용해 구분하는 방식이 더 좋다.
중제목이나 소제목 등의 제목이 들어가는 글줄과 그 아래위로 비워지는 글줄을 합한 공간은 본문 글줄의 4~6줄이 좋다. 또한 제목 다음에 나오는 본문의 첫 글줄은 항상 글줄의 위치를 정확히 맞추도록 한다. 즉, 연결되어 있는 앞 페이지나 다음 페이지의 본문의 글줄과 정확히 일치시키는 것이다.
장제목과 중제목은 가운데 정렬 또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정렬 시킬 수 있으며, 간혹 다른 서체를 쓸 수 있다. 책의 내용과 목적이 이 같은 타이포그래피 설정을 결정한다.
쪽번호는 일반적으로 아래 여백의 바깥쪽이나 가운데에, 본문 글의 맨 아랫줄에서 행간 한 줄 정도의 공간을 띄운 후 넣는다. 쪽 번호의 표기는 본문에 쓰인 서체의 숫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책의 맨 앞에 위치한 표제지부터 목차까지는 쪽번호를 매기지 않지만, 책의 전체 페이지에 포함해 페이지 수를 계산하고 다른 페이지에도 그렇게 적용한다. 쪽 번호의 등장은 글의 시작인 서문과 함께 나타난다.
쪽번호가 위에서 언급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하거나 더 큰 크기로 표시되는 경우 다음에 주의해야 한다. 쪽번호는 페이지를 넘길 때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독서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과학서나 학술서 등 전문서적에서 해당 페이지나 장의 내용을 요약해 표시함으로써 특정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쪽표제는 일반적으로 페이지의 위쪽 여백에 넣는다.
쪽표제는 영문판일 경우 본문 서체의 작은 대문자나 이탤릭체를 사용해 표시한다. 이때 쪽번호는 대부분 본문 서체와 같은 크기로 책의 바깥 여백 방향으로 넣는데, 이 경우 쪽표제는 쪽번호보다 1단계 정도 작게 표시할 수 있다.
위쪽 여백에 위치한 쪽표제는 본문 글로부터 한 줄 정도 띄우거나 선을 사용해 구분한다. 아래 여백이 넓은 책의 경우 쪽표제를 페이지 하단에 쪽번호와 함께 같은 크기로 넣을 수도 있다.
각주는 참고나 인용한 글의 출처를 밝히거나 보충 설명을 하기 위한 것이다. 각주의 글자 크기는 본문 글꼴보다 1~2도 작게 잡으며(6~8pt), 본문의 글자 크기, 행간의 비율과 시각적으로 유사하게 행간을 조절한다.
본문의 내용이 다음 페이지로 연결되는 것과 달리, 각주는 각각의 내용이 하나의 판면 안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각주는 본문과 한 줄 정도 공간을 띄우거나 글줄 길이의 너무 얇거나 둔탁하지 않은 선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본문과 분리한다.
본문에서 각주의 번호 표시는 보충 설명해야 할 단어나 문장 뒤에 숫자를 위 첨자 방식으로 붙여 표시한다.
본문의 아래쪽에 들어가는 주석 글에서는 번호를 나타내는 숫자를 주석의 글자와 동일한 크기로 표시하며 위 첨자 방식을 쓰지 않는다. 위 첨자 형식을 각주 글에서도 사용할 경우 너무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주 글에서 번호에 괄호나 빈 괄호를 넣어 표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방주는 각주처럼 본문 서체보다 1~2도 작은 크기나 이탤릭체로 바깥쪽 여백에 넣는다. 행간은 본문의 행간 비율과 시작적으로 비슷해 보이도록 조절한다.
방주는 글의 이해를 돕거나 부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므로, 그 내용이 관계있는 본문의 글줄과 같은 위치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각주처럼 문자나 숫자, 기호를 사용해 표시한다.
본문 글과 방주의 거리는 일반적으로 본문 면과 대략 4.5mm 정도의 공간을 두지만 이 거리는 본문에 사용된 서체의 크기와 행간에 따라 조절한다.
로버트 브링허스트 Robert Brignhurst는 『타이포그래피의 원리 The Elements of Thpographic Style』에서 방주를 페이지에 생명력과 다양함을 부여하고 찾아 읽기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세심하게 디자인한다면 페이지 수를 늘리거나 인쇄 비용을 더 들일 필요가 없는 주석 형태라고 했다.
표는 가능한 한 단순하고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 표시는 대부분의 경우 너무 얇거나 두껍지 않은 가로선으로 충분하며, 열을 구분하기 위한 수직선은 아래로 나열되는 요소가 시각적 정렬선을 만들므로 생략할 수 있다.
본문에서 로마자를 사용할 경우 숫자는 반각 너비의 올드스타일 숫자를 쓸 수 있고, 서체로는 본문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한글은 글자의 세로 길이가 같은 정방형 서체이므로 라이닝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고른 글줄선을 만든다.
책에 들어가는 모든 이미지는 책을 펼쳤을 때 전체 판형에 맞춰 넣어야 한다. 표는 가능한 한 판면의 크기에 맞게 넣는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아예 판형에 맞춘다.
삽화, 표, 본문 속에 들어가는 작은 그림, 장식 도안, 코프라이스텐(장의 시작 페이지에 장제목과 함께 꾸며진 그림) 등은 각각의 회색도나 명도가 전체 타이포그래피와 조화를 이루거나 흥미로운 대비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체 고유의 개성이나 표현 가치 또한 삽입되는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지 고려한다. 일러스트레이터는 타이포그래퍼와 긴밀히 협력하며 책의 시안과 전체 분위기를 결정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본문은 책의 앞부분인 전문(권두)와 뒷부분에 있는 권말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시각적 흐름을 유지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