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칸트에게 '숭고'란? [문화 전반]

by 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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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는 미학의 영역에서 핵심이 되는 범주다. 숭고 개념이 전개되어 온 역사는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저마다의 숭고론을 전개해왔지만, 우리는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논의인, 칸트의 숭고론을 살펴보기로 한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 제1부 「감성적 판단력의 비판」의 제2권 <숭고의 분석학>에서 숭고를 다룬다. 이때 그는 숭고를 ‘수학적 숭고’와 ‘역학적 숭고’로 나누어 설명한다. 칸트가 숭고한 것과 여타의 다른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의 것이다. 즉, 대상에 척도를 적용했을 때 ‘그 대상이 측정 가능한가’이다.


칸트는 수학적 숭고를 다루면서 주목하는 것은 대상의 크기를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인지다. 한편으로, 수의 단위를 가지고 대상의 크기를 평가하는 것은 대상을 수학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대상을 ‘단적으로 크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그 대상을 일체 비교를 넘어서서 숭고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때 전자의 경우에는 항상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상정할 수 있으므로, 크기에 대한 이때의 수학적 평가는 항상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학적 척도로 대상을 판단할 때는 최대의 것이 있을 수 없다.


반면 후자의 경우 마주하는 대상은 단적으로 큰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에는 다른 대상과 비교하기 위한 어떠한 객관적 척도가 적용될 수조차 없게 된다. 이러한 최대의 것이 단적으로 크다는 절대적 척도로 판정되는 이때, 판단자(주체)의 내부에는 숭고의 이념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칸트에 따르면, 단적으로 큰 것은 경험 세계 내 대상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러한 세계는 수학적 논리가 작동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험 세계의 자연 대상과 절대적으로 큰 것 사이의 관계 사이에는 일종의 부적합성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부적합성의 계기로 인해, 주체 내부에서는 일반적인 수학적 크기 평가로는 발생할 수 없는 특유의 감동이 일어난다. 그 특유의 감동은 척도를 뛰어넘는 절대적으로 큰 것을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의 마음 내부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따라서 칸트는 자연에 대한 판단이 인간 마음의 숭고한 상태를 유발한다고 해서 자연에 대해 숭고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으며, 근본적으로 숭고가 귀속되어야 할 곳은 인간의 이성이라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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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칸트가 역학적 숭고에 대해서는 다음의 예시를 들면서 설명한다.


칸트는 “기발하게 높이 솟아 마치 위협하는 것 같은 암석, 번개와 천둥소리와 함께 몰려오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먹구름, 온통 파괴력을 보이는 화산, 폐허를 남기고 가는 태풍, 파도가 치솟은 끝없는 태양, 힘차게 흘러내리는 높은 폭포와 같은 것들”의 예시를 들면서, 실제로 우리를 압도하지는 않으나 위력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연을 언급한다. 이때 그는 인간을 자연적(신체적)-감성적 차원과 정신적-비감성적 차원으로 분리된 존재로 전제한다.


칸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광대한 자연을 마주할 때 자신의 두 조건과 관련하여 이중적 차원에서 그것을 접하게 된다. 첫째는 신체적 차원의 경우이다. 이 경우, 자연의 위력에 자신이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 인간은 자신이 자연보다 나약하고 무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따라서 신체적 존재로서 인간은 자연의 그러한 강제력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 번째의 경우에는 상황이 바뀐다. 그 경우에는 광대한 자연 앞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존재로서, 그 위력으로부터 자신을 독립적인 것으로 판정하는 능력이 자신의 내부에 있음을 깨닫고 그 위력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칸트의 설명이다.


수학적 숭고를 설명함에 있어 마주하는 자연의 크기가 인간의 감성적 척도를 통해서는 측정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과 같이, 역학적 숭고에서도 마주하는 자연의 위력을 판단하기에 인간의 감성적 척도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칸트의 숭고 경험에서 핵심이 된다. 따라서 역학적 숭고의 경험에서도 감성적 차원에서의 그러한 불충분성은 동시에 우리가 자신의 내부에 비감성적 척도, 즉 자연의 무한성 자체를 단위로 가지는 척도가 있음을 깨닫도록 촉발한다. 그로부터 주체는 그러한 절대적 척도에 비하면 자연의 모든 것은 그보다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어서 칸트는 이 경우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신 능력의 변화를 설명한다. 감성적 차원에서 한계를 자각한 인간 주체의 그러한 경험은 주체의 정신 능력이 일상적인 범용 이상으로 활성화되도록 촉발한다. 그로부터 주체 내부에서 생겨나는 저항력을 통해 주체는 자연의 위력에 맞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비로소 가지게 된다. 따라서 주체는 자신의 내부에 자연을 넘어서 있는 우월함이 있음을 발견하여 자신이 자연의 위력으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판정하도록 일깨워주는 그러한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이 숭고하다고 언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학적 숭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숭고의 경험으로부터 귀결되는 것은 자연보다 광대한 전체를 표상할 수 있는, 주체 내부의 정신 능력의 우월함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숭고하다고 판정되어야 하는 것은 자연 현상이 아닌 주체의 정신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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