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 모든 간절기 좋아하네

산다는 건 모든 계절을 느끼는 것

by 윱인

계절의 변화가 슬며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 쓰는 시점에서 당연히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란 봄이다. 살갗에 느껴지는 따뜻함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나는 예전부터 특정 계절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때보다는 계절의 변화됨이 느껴지는 소위, 애매한 간절기의 계절을 더 좋아해 왔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계절이 분명한 때엔 살아 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계절이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바뀌는 때는 그 특성이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언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주는 감각은 늘 새롭고 나를 설레게 만든다는 근본적인 장점을 나에게 가져다 준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애매한 걸 기질적으론 좋아하는 성격이 못되고 오히려 확실한 걸 좋아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분간하기 어려워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어쩌면 '애매함'이라는 특성이 내 혈관엔 흐르고 있지 않아서, 본능적으로 없는 특징 가까이에 내가 있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내가 유난히 가장 좋아하고 아꼈던 계절은 5, 6월 맑은 새벽공기가 느껴지는 아침의 쾌적함이다. 그땐 버스를 타고 목적 없이 어딘가를 그저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아니면 근처 공원에 가 무작정 걷는 것만으로도 삶의 에너지를 얻곤 했다.


그러다 여름이라는 한 계절에서 또 다른 계절로 이동하려 할 때의 또 다른 간절기에 느끼는 그 신선하고 설레는 감각 역시 내가 좋아했음을 이내 알게 된다(그럼에도 내 기억 속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그 계절만을 좋아했음만이 남겠지만 말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간절기에서는, 꽃샘추위의 이중성을 지닌 봄의 변덕에서 확실한 더위로 나아가면서, 그와 반대되는 '시원함'의 감각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간절기에서는, 숨차게 느껴졌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밤이 되면 선선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한 해의 절반을 잘 살아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남은 절반의 한 해를 잘 지내보겠다는 설렘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는, 한껏 움츠리고 있던 자연의 모든 것들이 어느샌가 가까이 다가온 온기를 마주하고 잠들어 있던 것들이 깨어나기 시작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곤 한다.


결국 나에게 간절기란, 한 계절을 살아냈다는 대견함의 징표이자 느껴왔던 부정적 감정이든 긍정적 감각이든 이제껏 겪어왔던 감각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새로 다가올 미레를 열린 팔로 힘껏 맞이할 나의 설렘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늘이다.


20260301223515_omoqubqm.jpg


이번 계절도 잘 부탁해 봄아.


매거진의 이전글서울살이 몇 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