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판옵티콘에 수감된 우리

휴대폰에까지 침투한 권력의 감시

by 유창선

그림은 벤담(Jeremy Bentham)이 제안했던 판옵티콘(panopticon)의 설계도이다. 이 판옵티콘이 무서운 것은 단지 소수의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전체 수감자들을 감시한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감자들은 권력이 부여하는 강제적인 행동규칙을 스스로 내면화한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pimg_769144194683324.jpg

이를 가리켜 푸코(Michel Foucault)는 “수감자는 스스로를 감시의 객체로 인식함으로써 복종하는 자가 되지만, 동시에 감시자의 시선을 자기 내부에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를 감시하는 주체가 되어버리고 만다”고 말한다. 결국 판옵티콘의 수감자들은 모두가 한 사람씩 독방에 갇혀 개별화된 처지이기에 ‘예속된 주체’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권력의 시선으로 알아서 자신을 감시하는 존재가 되버린다면 그 예속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 것이다. 결국 수감자들이 독방의 문을 뜯어내고 밖으로 나와, 우리의 휴대폰에까지 침투해버린 권력의 감시를 거부하는 것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유창선의 인문학 동행 제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