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까지 침투한 권력의 감시
그림은 벤담(Jeremy Bentham)이 제안했던 판옵티콘(panopticon)의 설계도이다. 이 판옵티콘이 무서운 것은 단지 소수의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전체 수감자들을 감시한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감자들은 권력이 부여하는 강제적인 행동규칙을 스스로 내면화한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를 가리켜 푸코(Michel Foucault)는 “수감자는 스스로를 감시의 객체로 인식함으로써 복종하는 자가 되지만, 동시에 감시자의 시선을 자기 내부에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를 감시하는 주체가 되어버리고 만다”고 말한다. 결국 판옵티콘의 수감자들은 모두가 한 사람씩 독방에 갇혀 개별화된 처지이기에 ‘예속된 주체’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권력의 시선으로 알아서 자신을 감시하는 존재가 되버린다면 그 예속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 것이다. 결국 수감자들이 독방의 문을 뜯어내고 밖으로 나와, 우리의 휴대폰에까지 침투해버린 권력의 감시를 거부하는 것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