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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04. 2023

뇌종양 투병 윤석화의 '토카타' 깜짝 출연

악성 뇌종양 딛고 손숙의 연극에 우정 출연한 윤석화

‘손숙 연극인생 60년’이라는 연극 <토카타>를 관람하기 위해 8월 30일 LG아트센터 서울U+ 스테이지에 갔다. 연극은 마음붙일 곳 없는 고독에 갇힌 한 여자(손숙)와 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한 남자(김수현)의 독백으로 구성된 독특한 작품이다. 두 배우는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을 쓸쓸하게 얘기한다.

'토카타' 포스터 (사진=신시컴퍼니)


그런데 극이 끝나갈 무렵, 무대 뒤쪽 구석으로 공원 벤치가 보이고 거기에 누군가가 짧은 머리에모자를 푹 눌러 쓰고는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 역할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극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는데 무대 한복판으로 걸어온다. 아직 모자를 깊숙히 쓰고 있는지라 누구인지 몰랐는데, 무대 위에 있던 손숙 배우, 김수현 배우, 정영두 안무가가 박수를 치면서 반갑게 맞는다.


아, 윤석화 배우다!  모자를 벗으니 비로소 알겠다. 객석에서는 환호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바로 며칠전 윤석화의 뇌종양 투병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윤석화가 지난해 8월 영국 출장 중 쓰러져서 서울로 이송되어 10월에 20시간이 넘는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현재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퇴원해서  자연요법 치료에 전념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사진=유창선)


그런데 ‘언니’라고 부르는 손숙 배우를 위해 깜짝 우정 출연을 한 것이다. 대사 한마디 없고 길어야 5분 정도 되었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윤석화의 출연은 더없이 값진 것이었다. 윤석화는 큰 목소리로 말할 정도의 힘은 없어보였지만, 표정은 환하고 밝아보였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손숙의 배우 인생 60주년을 축하하는 공연에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며 “나는 암만 빼면 건강하다”고 관객들 앞에서 말했다. 손숙은 윤석화에게 “건강 때문에 먼저 말하기가 걱정됐는데 직접 와줘서 고맙다”며 “아직 완쾌되진 않았지만 이겨 나가고 있다. 윤석화씨를 위해 박수를 부탁한다”고 관객들에게 말했다. 듣고 있던 윤석화는 “크게 한번 말해볼게. 언니 사랑해!”라고 외친다. 손숙은 윤석화를 품에 안고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사진=유창선)


내 자신이 여러 해 전에 뇌종양 수술을 했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뇌종양이라는 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를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오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거쳐서 이제는 이렇게 글쓰는 일을 하고 있다. 윤석화의 경우는 ‘악성’ 뇌종양이라 투병의 길이 더욱 험난할 것 같다. 힘들어도 그녀가 오늘처럼 밝은 표정을 지킬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연극 '토카타'에 관한 내용은 '얼룩소'에서 이어집니다. 저의 '얼룩소'도 팔로우 하시면 문화예술과 영화,공연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계속 접하실 수 있습니다.


뇌종양 투병 윤석화의 '토카타' 깜짝 출연 by 유창선 - 얼룩소 alook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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