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에 알아챈 것들에게
감기가 단단히 들었다.
요즘 감기는 독하디 독하다고 지나치는 이웃들이 말한다.
“그러게요.” 대답은 하지만, 정말 그런지 어쩐 지는 잘 모르겠다.
봄이 오면서 나는 오히려 굴속으로 들어갔다.
꽃샘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부실한 몸 탓도 있겠지만,
사실은 마음이 근래 좋지 않았던 이유가 더 크다.
그래서였을까.
설렘을 주던 꽃봉오리에게만 눈인사를 건넸을 뿐,
어느덧 활짝 핀 꽃잎들에게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비몽사몽, 꿈길을 걷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그 사이 봄볕은 한층 따뜻해졌고,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냉기도 견딜 만해져 있었다.
길가 가장자리에
언제부터 있었나 싶게 제비꽃이 앉아 있다.
몇 걸음 더 옮기니 민들레도 손짓을 한다.
이 아이들은 무섭지도 않은 걸까.
차들이 뿜어내는 먼지에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퀴에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문득, 인간의 삶보다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하루살이 같은 꽃들이
몇십 년을 살아온 나보다 더 용감해 보인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겁쟁이다.
나의 시간 밖에서 피어난 것들을
이제야 나의 시간 안으로 데려온다.
나는 잠깐 자고 일어난 것뿐인데,
이 아이들은 언제 이렇게 생겨난 걸까.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