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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1 커리어 패스로 보는 프로그래머

들어가는 글: 저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스무살때 병특을 시작하여 이래저래 밴처기업(요즘말로는 스타트업), 중견기업 전산실에서도 일해봤고 지금은 대기업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업무 시간외에는 경제경영에 관한 책도 읽고 (짧은 식견으로) 글도 써보고 하는데 정작 내 전문분야인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아무런 필적이 없는 듯 합니다. 직접 기술적인 내용을 쓰는 것도 좋지만 만약 후배 프로그래머를 양성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전해줄 수 있을까? 라는 관점으로 차분하게 적어보겠습니다. 


1. 경력 초반엔 열코딩하자 


커리어패스로서 프로그래머를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에서 코딩을 할 수 있는 기간은 10~ 15년정도 됩니다. 편의상 5년단위로 나눠보면 초반 5년간 / 중반 5년간 / 후반 5년간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저는 입사후 5년간 얼마나 코딩을 많이 해봤느냐가 전체 커리어에서 본인의 기술적인 자부심의 그릇 크기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짧게는 3년에서 5년동안은 마음껏 다양한 기능들을 만들어보고 코딩도 많이 해보고 (실수도 많이 하겠죠..ㅋ) 좋은 코딩이 무엇인지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좋은 선배를 만날 수 있다면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곧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만날 수 없다면 외부 커뮤니티등을 통해서도 꼭 기술적인 역량이 높은 선배를 만나 많이 물어보세요.  


사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는 후배들은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대기업에서 일을 해보니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도전적인 업무는 경력이 짧은 연구원들보다는 4년~ 7년정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실수를 덜하는 대리급 프로그래머에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만약 대기업에서 프로그래머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경력 초반부에는 코딩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업무를 지원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편 스타트업에 입사(종사)하는 분들은 코딩 업무가 너무 많아서 힘들 수는 있겠지만 분명 전체 커리어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슬슬 다른 분야에도 눈을 돌리자 


대략 5년정도가 지났다면 슬슬 프로그래밍 이외의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공부를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던 좋습니다. 


회사생활을 10년 넘게 해보니 패턴이 매우 단조롭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 프로젝트 중반 -> 프로젝트 종료 -> 약간의 휴식.. 그리고 무한 반복...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 회사이기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제품이라고 해서 새로운 기술만 탑재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품은 늘 새롭게 출시되지만 그안의 기술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마치 계단처럼 한동안 정체되어 있다가 어느 시점에 한번에 상승합니다. 즉, 1차원 그래프처럼 지속적으로 우상향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력 초반기에는 공격적으로 기술적인 내용을 흡수하고 트랜드를 쫒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점점 그렇게 흡수해야 할 내용이외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집니다. 


무엇이던 본인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보세요. 일주일에 1시간도 좋습니다. 발견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점점 우리 생활 전반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그래밍이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그 활용은 범용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주세요. 


3. 나는 누구인가? 


10년 이상의 고경력자들에게 가장 힘든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입니다. 조직에서 경력이 쌓여갈 수록 익혀야 하는 기술은 "다른 사람을 일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매우 어렵지요. 단지 쪼으기만 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하기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일이 잘되고 실적이 쌓이면서 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다른 사람이 일하게 할수록" 나라는 존재가 투명해진다는 것입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조직으로 일하게 하려면 내가 사라져야 합니다. 가장 발전된 경영은 경영자가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마주할 수 있는 것이 고경력자의 가장 힘든 일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조직에 공헌을 할 수 있는지? 내 스타일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누울자리를 보고 뻗을 수 있습니다. 


조금 먼얘기로 왔습니다. 


정리 


후배 프로그래머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프로그래머를 하나의 인생으로.. 하나의 "커리어 패스"로 바라봐주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맨날 일이 많다고 투덜되지 말고 초반 / 중반 / 종반의 개념에서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훨씬더 의미있는 커리어 패스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다음엔 다른 관점에서 몇가지 짚어볼께요 

감사합니다^^ 


2016.04.14 @성수 도서관 열람실 창가에서~ (전망이 좋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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