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강 Nov 29. 2023

4년만에 본 한국이 또 달라졌다. (1)

점점 사라지는 옛 모습들.

인천공항 입국장.

"얼마만의 방문이신가요?"라고 묻는 공항 직원에게 멋쩍게 웃으며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이삼년 되었나봐요.."라고 대답하니 그녀가 웃으며 대신 알려준다. 4년 만의 고국 방문이란다.

4년이라...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나의 고향, 한국은 조금 또 달라져있었다.



"너, 뭐 먹고 싶으냐? 아침으로는 뭐 먹을래?"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최근에 정년퇴직을 한 언니가 나에게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을 건지 물었다.

언니는 최근 체중조절 하느라 근 두 달 가까이 계란과 토마토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나 역시 아침으로는 야채, 과일과 계란 프라이, 토스트 한 장이면 족했기에 방울토마토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셀폰을 꺼내더니 무슨 마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방울토마토와 식빵, 계란, 귤을 주문하는거다.

"시장에 안가고 매번 이렇게 온라인 주문하는 거야?"

"그럼, 이게 얼마나 편한데. 그 무거운 것들 드느라 낑낑거릴 필요 없어. 오늘 오후면 집 앞에 배달해 줘."

"시장에 가서 물건 고르는 재미, 운동삼아 이리저리 둘러보는 재미도 없이, 에이, 이게 뭐야?"

"아니야,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면서 고르는 재미도 쏠쏠해. 헤헤헤..." 


IT강국 대한민국은 온라인이 일상화된지 오래다. 옷이나 생활용품의 온라인 구입은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60 중반 언니의 먹거리 구입이 '직접 시장보기'에서 '온라인 식료품 구입'으로 바뀐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요즘도 시장가방 챙겨 들고 세일이 있는 주말 장보기에 나서고 있는 나는 은퇴한 언니의 '온라인 장보기'가 조금은 걱정스럽다.



나는 재래시장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즐겨보는 한국 티브이 프로도 지역의 재래시장이나 시골장터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들을 좋아한다. 재래시장이나 시골장에서는 무슨 무슨 마트에서 포장해 파는 물건들하고는 다른 물건들이 거래된다. 그것을 재배했거나 다듬은 그 누군가의 손길이 곁들여진 것들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번에도 썩 내켜하지 않는 동생을 부추겨 수원 남문 시장을 다녀왔다. 평소 집 근처의 마트를 주로 이용하는 동생에게 재래시장은 택시를 타고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그런 곳이다.

남문시장에서 나는 국산 들깨 간 것과 깨강정 조금, 반건조 생선과 시금치, 공주밤과 생대추, 그리고 속옷 등을 샀다. 마치 이민 오기 전 내가 살던 동네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듯이.



이번에 찾아간 언니들의 집 근처에는 한결같이 무슨 무슨 마트가 있고 그들은 모두 그곳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고 있었다. 예전의 동네 시장은 거의 모두 무슨 마트로 바뀐 것 같았다. 애호박도, 생선도 깔끔하게 비닐포장되어 진열되어 있는 그런 마트말이다.

그러니 나처럼 굳이 재래시장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동네가 아닌 곳에 조성되어 있는 재래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참기름집에서 깨 볶는 냄새가 맡고 싶다거나, 이 집 저 집 들여다보면서 더 굵고 싱싱한 것을 골라 사고 싶다면, 아니, 그냥 사람들 북적거리는 시장통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지역 내에 지자체가 보호 육성하고 있는 재래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나는 이런 변화가 많이 아쉽다. 동네의 크고 작은 시장들이 무슨 마트라는 중견 유통업체들로 바뀐 것이 아쉽고, 찾아 나서야 할 만큼 재래시장이 멀리 있는 것이 아쉽다. 

아니, 어쩌면 나는 시장에서 흥정하면서 물건을 사고, 그것을 지지고 볶고,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은 도시 김해. 내 시어머니가 계신 곳이다. 

어찌어찌 시어머니가 김해까지 내려가 노년을 보내고 계신 관계로 한국방문 시에는 반드시 김해에 내려간다. 그때마다 들어지는 생각, 소도시 김해를 아파트가 점령해 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가야국의 흔적은 오로지 박물관에만 있을 뿐 사방천지가 다 아파트이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길 중간에도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파헤쳐진 보도를 피해 에둘러 지나가야했다. 


이제 한국은 시골도 아파트가 점령해 버린 것 같다. 어딜 가나 아파트이다. 늘어나는 인구에 맞추어 집숫자도 늘어난 것이겠지만 시골 구석까지 들어서버린 아파트를 차창밖으로 보고 있노라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고즈넉한 시골의 기와집이나 텃밭과 툇마루는 이젠 내 머릿속에만 남아있는 것 같아 조금 슬프기까지 하다.


매일 매일을 같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를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찾아가는 이방인의 눈에는 갈때마다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해 일어나는 변화일 테지만 나는 그 변화로 사라져가는 옛 모습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어쩌랴, 세상일이 모두 그런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두오모 성당에서 르네상스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