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강 Jun 01. 2024

Great Smoky Mountain을 가다.

푸른 연기가 서린 듯 장엄한 스모키 마운틴에 안기다.

Great Smoky Mountain National Park.

(  여행중 들고 다녔던 스모키 마운틴 지도 )


여행하기 좋은 5월을 맞아 찾아간 곳은 테네시주와 노스 캐롤라이나주 경계에 위치한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이었다. 이름조차 Great 하고 Smoky 한 산은 어떤 모습일까? 서부의 캐년들처럼 메마른 장대한 모습일까? 아니면 내가 사는 메릴랜드나 웨스트 버지니아의 주립공원들처럼 녹음이 푸르른 곳일까? 

내가 마주한 스모키 마운틴은 이제까지 보아왔던 국립공원들과는 또 다른 모습의 Mother nature였다.

첩첩산중으로 이어지며 마치 푸른 연기가 서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대한 산맥, 높은 고도의 Overlook에서 내려다보는 까마득한 능선 아래의 숲들. 

사실 스모키 마운틴은 단풍이 화려한 10월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신록의 스모키 마운틴도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그런 곳이었다.

(  overlook에서 찍은 사진. 밑의 계곡은 찍을수가 없었다.ㅠㅠㅠ )


이번 여행은 4박 5일의 일정이었다. 

왕복 이틀을 빼면 겨우 사흘동안 휘리릭 마운틴의 Overlook을 둘러볼 수 있는 정도의 시간.

하지만 이렇게 스모키 마운틴 맛보기를 하고 나면 머지않은 어느 가을, 그 화려한 단풍을 만나러, 또는 몇몇 트레일을 걸으러 다시 올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  수많은 overlook 중 한곳 )


무려 10시간이 넘게 걸려( 여행 출발 전 내가 허리를 삐끗해 중간에 몇 번씩 쉬어야 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이번 여행도 캠핑밴으로 개조한 미니밴에서 먹고 잘 예정이었다. 주섬주섬 냉장고에 넣어온 밑반찬과 햇반을 꺼내 데워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강아지 보리가 캠핑밴 침대에 사이좋게 누웠다. 침낭의 따뜻한 온기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은 딱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식사를 위해 계란 프라이를 하고있는 모습 )


본격적으로 스모키 마운틴을 탐색할 둘째 날이다.

국립공원인 스모키 마운틴은 애팔래치안 트레일이 가로질러 놓여있고 수많은 트래일을 품은 채 잘 포장된 도로가 능선을 따라 깔려있다. 그 도로를 따라 35마일 정도 속도로 천천히 달리다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Overlook들이 있다.

도로 중간중간에 마련된 Overlook들은 스모키 마운틴이 얼마나 깊고 장대한 산인지를 실감하게 해 준다.

한국의 설악산과 그 주변의 산맥들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규모는 더 크고 깊었다.

그런 길에 색색깔의 지프차들과 모터사이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구불구불한 파크웨이는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스릴을 느끼기에 그만인가 보다.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길에 오금이 저렸다. 

( 지그재그 길에서 잠시 멈추었다. 길을 잘못 들은것이다. )
(  아주 가파른 지그재그 길에서 지나가는 차와 오토바이들을 직업적으로 찍어주고있는 분.  )



낮은 저지대로 내려오자 역사적 건물로 보전되고 있는 오두막들이 보였다. 1890년에서 1900년에 개울가에 땅을 고르고 나무로 지은 작은 오두막, 그리고 곡식창고와 가축우리. Bales 씨 부부와 9명의 자녀들이 함께 살며 30 에이커의 땅에 농사를 짓던 사람들. 스모키 마운틴에는 그런 mountain life를 살던 사람들의 오두막이 80여 군데 남아 있다 한다.


( 전형적인 mountain life의 오두막 )
(  저렇게 작은 오두막에서 9자녀를 키웠다니...)
(  Oconaluftee Visitor Center 뒷편에 있던 오두막 )


스모키 마운틴은 체로키 인디언들의 고향이다. 1830년 추방령으로 대부분의 체로키 인디언들이 'Trail of Tears'에서 죽음을 맞으며 강제이주를 당할 때 스모키 마운틴의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던 체로키들이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잠시 들렀던 체로키 마을의 도로 표시판에는 영어와 체로키 언어가 같이 쓰여있었다. 체로키 인디언은 북미 인디언들 중 언어를 가진 유일한 부족이었다.

(  우리가 들렀던 웰컴 센터. 사진을 찍지 못해서  체로키 홍보 싸이트에서 퍼왔다. )



신호가 잡히지 않아 구글맵 없이 지도에만 의지해서 가다 보니 폐쇄된 길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해지기 전에 우리는 둘째 날 밤을 묵을 Elkmond Camp Ground에 도착했다.

아직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아님에도 캠핑장안은 꽉 차있었다. 미리 예약을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어두워지기 전 식사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자니 옆 사이트에 웬 백인 남자가 혼자 승용차를 몰고 들어선다. 하룻밤 이웃이지만 이웃끼리 인사는 나누어야지. 남편이 먼저 말을 걸고 통성명을 하자 그도 자기소개를 한다. 그는 플로리다에서 트레일을 걸으러 혼자 왔단다. 짧은 머리에 붉은 얼굴의 그가 플로리다산이라면서 오렌지 두 개를 건네준다. 시니컬한 말투와 화가 가득한 그의 얼굴에서 삶의 무거움이 느껴진다.

다음날 긴 트레일을 걷는다는 그가 마음속의 감정들을 걸음마다 툭툭 털어내기를 바란다. 

(  엘크몬트 캠프 그라운드 근처의 트레일에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  플로리다 아저씨가 준 오렌지와 모닥불 )


셋째 날은 스모키 마운틴에서 가장 높은 곳, Clingmans Dom을 찾아갔다. 주차장에서 불과 0.5마일을 올라간다는데 한낮의 땡볕에 오르막길을 계속 걸어 올라가려니 제법 힘이 들었다. 게다가 애완견을 데리고 갈 수가 없단다. 어쩐다지?, 뜨거운 차에 보리를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하는 수없이 강아지 업는 배낭을 꺼내 보리를 업었다. 13파운드 정도 나가는 녀석을 배낭에 업고 묵묵히 오르막을 오르는 남편이 고맙다. 등에 업힌 강아지 보리도 편안해 보인다.

(  강아지를 업고 올라가고있는 모습. 둘다 편안한데 사진 찍는 나만 다리가 후둘후둘... )

클링맨스 돔은 1959년에 완공된 Observation tower로 해발 6643피트의 높이에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였다.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의 랜드마크처럼 스모키를 찾아온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들러봐야 할 것 같은 구조물이랄까...

돔의 둥근 전망대에 오르려면 나선형으로 되어있는 진입로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나이 든 노인이나 어린아이들까지도 주저함이 없었다. 높이 올라가야 툭터진 사방을 가슴 시원하게 볼수있을것이라 여기는듯하다. 

부들부들 떨면서 가드레일을 붙잡고 걷고 있는 자는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조금 창피했지만 어쩔수없었다.

다시 한번 높이와 관련된 경험적 유전자를 갖지 못한 나의 원초적 두려움을 클링맨스 돔에서 마주해야 했다. 


( 돔에 올라가서 보면 360도로 마운틴을 둘러볼수있다. )


셋째 날밤을 보내기 위해 우리는 Balsam Mountain Camp Ground를 찾아갔다. 처음 이틀의 캠프그라운드는 미리 예약을 했었지만 셋째 날은 우리의 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서 예약 없이 그냥 찾아간 것이었다.

모든 캠프 그라운드는 당일 온라인 예약이 안된다. 이럴 때는 위험부담은 있지만 직접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가서 그 캠프 그라운드에 상주하고 있는 Host를 찾아 도움을 받으면 된다. 

Balsam 캠프 그라운드는 스모키 마운틴의 메인 도로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서 그런지 무척 조용하고 아담한 곳이었다. 비록 구름 낀 날씨로 멋진 석양은 볼 수 없었지만 가까스로 피워 올린 모닥불은 쌀쌀한 날씨에 안성맞춤이었다.

점점 스모키 마운틴의 숲속이 익숙해지는것을 보니 이제 여행이 끝나갈때가 되어가는가싶다.


( 어두워지는 저녁, 캠프파이어 모습 )









매거진의 이전글 내 평생 처음 보는 금환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