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을 타고 클리블랜드로 total eclipse를 찾아가다.
지난 4월 8일은 개기일식이 있었던 날이다.
살면서 한두 번 바라본 일식이 부분 일식들이었다면 이번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금환일식이란다.
그래서 미국의 몇 개 주에 걸쳐 관측될 수 있는 개기일식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로..
이번에 벌어지는 우주의 장관을 놓치면 9년 뒤 알래스카까지 가야 된다.
오하이오는 내가 사는 곳에서 6-7시간 정도면 가능하지만 알래스카는 차원이 다른 먼 거리 아닌가.
게다가 우리에게는 숙소를 예약할 필요 없는 캠핑카로 개조한 미니밴이 있다.
그렇게 호기롭게 나선 길이었다.
오후 3시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 도착하려면 새벽 6시쯤 출발해야 했다.
전날 모든 준비물들을 차에 갖다 놓았기에 간단히 세수만 하고 출발했다. 세상은 아직 우리의 출발을 알아채지 못한 채 여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쉼 없이 두세 시간을 달린 뒤 들른 휴게소.
평일날의 아침 시간치고는 휴게소가 붐비는 편이었다.
그러면서 둘러보니 의외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 디시 등의 번호판을 단 차들이 제법 보인다.
어떤 차에는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아침 식사용 빵을 하나씩 입에 물고 부모와 함께 로드 트립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등교대신 과학 현장학습에 나선것일게다.
사실 이번 개기 일식을 보러 전국에서 'eclipse chaser'들이 오하이오등 관측 가능지역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몇 개월 전부터 몇몇 도시의 호텔들은 예약이 끝난 상태고 캠핑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 비하면 비행기나 호텔 예약없이 미니밴 하나만 몰고 찾아갈수있는 우리는 운이 좋은 셈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클리블랜드.
Avon lake 파크를 찾아가는 주변의 모든 주차장들은 노란색 끈으로 진입을 막은 채 유료화되어있었다. 해와 달이 만들어내는 우주 쇼는 조용한 소도시를 왁자지껄 들뜨게 하고 있었다.
25불을 지불한 것이 아깝지 않게 우리는 차를 파크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있었다.
뒤편으로는 마치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Erie 호수가 펼쳐져있고 잔디밭 앞쪽엔 작은 공동묘지가 있었다.
호수를 뒤에 두고 묘지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잔디밭이 오늘 우리가 선택한 장소다.
1700년대부터 1800년대에 이르기까지 태어나 살다가 호숫가에 조용히 잠들어있는 사람들, 그들도 그날의 개기일식에 함께 했을까?..
개기일식은 예정된 시각에 정확히 시작되었다.
내 선글라스가 유난히 새까만 색이니 그것으로 태양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 나에게 남편이 혀를 끌끌 차며 아마존으로 산 일식 관찰용 안경을 건네주었다.
일식은 태양의 다섯 시 방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마도 기울어진 채 자전하는 지구의 자전축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서서히 달에게 먹혀들어가는 태양, 먹혀들어가는 만큼 어두워지는 주변, 또 그때부터 느껴지는 호수로부터의 찬바람, 방금전까지는 반팔을 입을 만큼 더웠던 날씨가 쌀쌀해져서 차에 두고 온 패딩점퍼가 아쉬웠다.
어느덧, 실눈 같던 태양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달에 의해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던 순간, 주변은 밤처럼 어두워졌고 모여있던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완전한 금환일식이었다. 내 평생 처음 보는 장관, 지구와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의 근본인 태양이 달에 의해 온전히 가려지던 순간을 우리는 육안으로 태양과 달을 함께 바라볼 수가 있었다. 전용 안경의 도움 없이 직접 내 두 눈으로..
완전한 금환일식의 7시 방향에서 빛나는 한 점.
금가락지에 박힌 다이아몬드인 듯 뿜어져 나오는 한 점 빛은 금환일식의 장관을 더 드라마틱하게 장식했다.
금환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넋을 놓고 일식만 보느라 사진 찍을 생각조차 못했던 나에 비해 남편은 가져간 카메라로 일식과 어두워진 주변과 별이 빛나던 하늘, Erie호수 저 멀리의 어느 지점에 나타난 여명의 붉은 빛깔( 아마도 달이 완전히 햇빛을 가리지 못하는 지역에 비추이는 태양빛이 아닐런지..), 주변에서 터져 올라온 폭죽까지 열심히 찍었단다. 아쉽게도 나중에 확인해 보니 카메라 설정이 잘못되어 있어 그 모든 노력이 카메라에 담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진을 찍기 위해 일식이 빚어낸 모든 것에 앵글을 맞추었던 기억은 남아있었다.
4분여의 금환일식 후 어느 순간 태양빛은 또다시 빛의 속도로 달려와 우리 눈을 찔렀고 다시 어두움이 가시기 시작했다. 서서히 밝아오던 세상.. 달이 삼분의 일 정도밖에 비껴 나지 않았음에도 태양은 온 세상을 다시 환한 빛으로 감싸며 오래된 비석들 위에 따뜻하게 비추었다.
내가 사는 메릴랜드에서도 부분 일식은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6시간 이상을 달려가서 마주한 금환일식은 두고두고 오래도록 기억될것같다.
달과 태양이 빚어내는 '우주의 경이로움'과 '그때, 그곳'에서 마주했던 '삶의 찬란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