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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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우


이제 앞자리 숫자가 3이되는데 나는 모든 것을 잃고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동안 사무직을 하며 촘촘히 모은 돈으로 유학을 왔다.

모두가 좋은 직장을 왜 그만 두냐고 물었지만 나는 자유가 너무 고팠다. 어린나이에 바로 취업했고, 대학도 가지 못하고, 공부가 주구장창하다가 사무실에 갇혀 하루종일 문서나 보고있는 내 자신이 서글폈다.

회사 밖 현실이 이렇게 힘든지 모르고..


외국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물론 이는 오래전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포기했어야 됬나 보다.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꿈이다. 내 자신을 이렇게 폄하하는 것만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이 웃기다. 지인이 그랬다. 변명하지 말라고.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끝없이 이거는 나랑 안맞아서 그래, 등등 변명이나 늘어놓았고, 남들이 끝까지 물어 뜯어 해낼 때 놓아버려 질질 끌려가는 개처럼 그냥 저 멀리 떠나버린 차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처럼 앞서가는 사람들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이미 너무 떨어져버려서 쫓아갈수 없었다.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닐때도 도저히 친구들을 쫓아갈 수 없었다. 뭔가 그 사이의 갭이 있는 거 같았다. 다들 공부할 수록 실력이 느는데 나는 말이지, 꼭 트레이드 밀을 뛰는데 앞으로 달려는 가고 있는데 사실은 한치도 나가지 않는 뜀박질을 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괴로워할때 나는 놀면서 행복해 하고, 이제 친구들이 밝은 미소로 끝을 맞아갈때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미 나는 중간에서 더이상 그만 하고 싶어.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거 같다. 다들 이 힘든 걸 넘어가기 위해 미래를 위해 피눈물을 흘릴때 나는 못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 못가겠어 징징징. 나같이 나약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 인생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완주 할 수 있을까.


분명 나는 글짓기도 잘하고, 그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까지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난 어디서 멈춰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내 과거가 나를 붙잡는 건지, 나약한 내가 앞으로 못 나가는 건지 알수 없었다. 다만 나의 끈기, 성실함 이런 게 보상 받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슬프지 않았을 텐데 했다. 네가 노력할 때 남들은 잠도 안자고 했어. 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게 뛸 수 없는 .. 내가 원망스럽다.


인생이 마라톤같다. 너무 멀어서 도착할 수 없는 마라톤 같다. 사랑도, 일도, 돈도 왜 내게 잡히지 않는 걸까.

남들은 내 인생이 너무 쉽댄다. 모든지 다 쉽게 얻었단다. 단 하나도 쉬운 거 없었지만, 얻은 거 유지하는게 내게는 너무 버겁다. 남들은 끊임없이 쥐고 달리는데 나는 어느 순간 놓아버리고 그 길에 앉아서 안주한다. 내 자신이 자신에게 더이상 달리지 말라고 했다.


외국에 있으면서, 외국 사람들도 끊임없이 달렸다. 아예 달리지 못할 거 같으면 자신이 있는 사회에 틀에 맞혀 최선을 다했다.


수많은 것들이 내 발목을 잡는다. 예상치 못한 실습에서의 페일, 교수의 지적, 동료들의 시선.. 이 모든 것에서 나를 숨긴채 내 자신을 숨겼어야 됬는데


가끔씩은 내 자신을 내가 컨트롤 할수 없는 기분이다. 감정이 널뛰기 한달까. 한번이라도 해내고 싶다. 엄마도 울었다. 한번이라도 네가 해내면 이렇게 슬프지 않을 텐데.. 엄청 많이 울었다. 누가 죽은 것처럼 울었다. 그러나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시스템에선 나는 한없이 나약해진다. 이만큼 컸던 나는 어느새 요만큼 작아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무거워졌다. 친구도 직장동료도 가족도 모두 아득해졌다


패자는 어디로 가야하나. 내가 남들처럼 가벼웠다면.. 그냥 남들과 비슷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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