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실제로 겪었고 실제로 겪었던 사람이 해줬던 재밌는 얘기 3개만 해볼까?
어느덧 내가 대학교때 얘기를 하면 30년 전 얘기가 되는 나이가 되버렸다. 하긴 아들이 벌써 대학교 3학년이니 그럴만도 하지. 짧고 굵게 그때 내가 실제로 겪었고 가까운 사람이 겪었던 에피소드 3개만 소개한다.
1. 두시간의 비명(내 친구의 경험담)
난 경영학을 전공했다. 문과치고는 나름 숫자를 다루는 과목들이 있어 우리도 시험때 계산기를 사용해야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정말 신기했던건 공대생들이 쓰는 계산기에는 공식같은 걸 메모리할수 있는 기능이 있더라는 거지. 계산기 지참이 허용되었던 시험에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그 친구는 밤새 공대친구의 계산기를 빌려 공식을 저장했다. 그리고 당연한 클리세로 그 친구는 늦잠을 잤고 정신없이 겨우 시험장에 도착. 마음을 쓸어내리며 컨닝도 철야로 했으면 보상받아야 한다는 도둑놈심보로 가방에서 계산기를 꺼냈다. 눈치챘겠지만 그 친구가 꺼낸건 TV 모니터 였고 그 시험은 두시간 짜리 였다고 한다.
2. 민망함과 실제상황이 결합했을때 진정한 슬랩스틱코미디는 탄생한다(내 선배의 경험담)
지금도 마찬가지 겠지만 지하철을 오래타면, 자리에 앉게되면 잠이 온다. 잠을 자다 보면 내 앞에 누가 서있는지 인지하지 못할때가 많다. 그냥 간간이 눈떠졌을때 다리만 보게 되는 거지. 잠을 자다가 살짝 깼는데 내 앞에 누가봐도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노인이 서 있다는 걸 알았을때의 민망함을 아는가? 그리고 느낌상 꽤 오랫동안 그분이 서계셨던것 같고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는 개 후레자식이 되어있는 그런 느낌.
결국 그 형은 내리는 역에 도착하자 마자 자리에 일어나 다리를 절룩거리는 선택을 하고 만다.(장애인분들을 비하하는 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문제는, 혹시라도 사람들이 눈치챌깨봐 지하철 문이 닫히고 그 칸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더 정확히는 계단을 오를 때까지 계속 그렇게 걸었다는 것이다. 선배는 그때의 민망함과 쪽팔림 때문에 한동안 지하철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3. 반전에 반전(내가 겪은 이야기)
난 한양대학교를 다녔고 집은 광명시였기 때문에 그당시 구로공단역(지금은 디지털 뭐 어쩌구)에서 2호선을 타고 학교를 다녔다. 알다시피 2호선은 순환선이다. 구로공단역에서 한양대역까지는 위로도 아래로도 비슷했고 난 주로 신촌을 경유하는 윗노선을 선호했던것 같다. 각설하고,
술을 정말 많이 마셔서 정신없던 어느날 집에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타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고 잠이깨서 눈을 떠 바라보니 다시 한양대 역이었다. 빌어먹을 할수 없지. 막차가 아닌걸 감사하며 다시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또 한양대 역이었다. 이쯤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만 한데 반전은 따로 있었다. 난 한양대역 플랫폼 벤치에서 잠들어 있었던 거다. 그러니 깰때마다 한양대역일수 밖에. 난 미친놈이다.
사실 이 세가지 에피소드는 옛날에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에 출연하게 되면 얘기하려고 했던 거였다. 미국 어학연수때 알게된 KBS 성우누나가 몇개월동안 계속 웃겨줬더니 귀국하면 PD에게 얘기해서 출연시켜 준다고 했었는데 하필 그 프로가 폐지가 되는 바람에 이 에피소드도 폐지처럼 처박혔었다. 다행이 폐지를 불태우지 않고 오늘 펼치게 되서 다행이다. 아.. 이놈의 당직은 왜이렇게 시간이 안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