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by 손글송글

나른한 오후, 햇볕도 나른한지 삐딱하게 방구석으로 들어온다. 은진은 이제 일어나서 저녁준비도 해야 하는데 지금 이 기분은 뭐랄까... 딱 식구들이 밖에서 밥먹고 온다고 전화 왔으면 싶은 그런 날이다.

어김없이 시곗바늘은 5시를 넘어서고 더 이상은 밀려날 곳이 없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은진이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냉장고 문을 개선장군이 박차고 문열 듯 열고 냉장고 속을 훑어본다.

입맛 까다로운 식구는 없으나 그렇다고 뭐든 잘 먹는 건 아니니 닭고기를 꺼낸다. 가장 호불호 없는 식재료. 이젠 간장 양념인지 고추장양념인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어제저녁은 불고기였고 오늘 아침은 된장국이니 고추장으로 가자’

가벼운 맘으로 양파 한 개, 파 두 뿌리, 다진 마늘, 샐러드로 쓰고 남은 양배추를 늘어놓는다. 그러다 은진은 다시 냉장고로 가 떡볶이 떡을 꺼낸다.

이젠 프라이팬을 꺼내 순서대로 굽다가 양념을 쫘악 넣고 볶듯이 잘 익혀가니 콧노래도 나온다.

근데 자꾸 이상하다. 뭐가 빠진 듯한... 생각해 봐도 떠오르진 않는다. 완성!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곧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올 식구들을 생각한다.

6시 반, 7시... 왜 안 오지?

드르륵... 눈을 뜬다.

“일어나셨어요?”

‘어? 누구지?’

누군지 묻고 싶지만 말은 안 나온다.

“잘 주무신 것 같으세요? 우리 할머니 오늘은 눈빛이 밝으시네.”

“그 할머니, 뭘 만드는가 두 팔 막 허부적거렸어.”

“음, 꿈꾸셨나 보다.”

이것저것 확인하고 뭔가를 적던 아가씨는 옆으로 가 또 뭔가를 확인하고 적는다.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던 은진의 눈빛은 흐려지고 힘없는 숨을 내쉰다. 오른쪽 눈에서 귀를 타고 그리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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