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기다린 지 벌써 20분이 훌쩍 넘어갔다.
며칠간의 봄비 뒤 반짝거리는 햇살마저도 얄미웠다.
가방에서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별일 아닌 척 여유롭게 손에 난 땀을 닦았다.
착각하지도 않은 약속시간과 장소가 있는 문자를 자꾸 들여다봤다.
(4월 3일 토요일 오전 11시 OO백화점 입구)
‘왜 늦는 거야? 전화는 왜 안 되고...’
그 아인 꼭 나를 시험하는 것 같고, 내가 장난에 속은 것 같아 얼굴이 울그락 붉으락거렸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인 그 아인 나와 친하진 않았다. 2주 정도 전부터 자꾸 말을 걸고 장난 같기도 하고 진심인 것도 같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환히 웃었다. 아이들에게 인기도 꽤 있으니 나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 아인, 내가 좋아하는 책을 묻기도 하고, 음악이나 영화를 궁금해했다. 지난 월요일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다며 집으로 책 빌리러 왔고 예의가 바르다는 엄마의 칭찬도 들었다. 근데 왜 나한테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5분, 딱 5분만 더 기다리고 집에 가야지. 책 돌려주며 책 사는 거 도와달라더니 이건 말이 안 돼!‘
백화점 앞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정말 5분 뒤 발길을 돌렸다. 몇 발작 옮기면서도 혹시 뛰어와 날 붙잡지 않을까신경은 뒤를 향했다.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은 길을 막는 듯했고, 걸어가는 발걸음은 내가 걷는 게 아닌 듯 힘들고 짜증 가득이었다.
집에서도 이어진 이런저런 생각은 오히려 더 불쾌하기만 했다.
“웅---”
문자가 왔다.
‘하! 이제야 약속이 생각나 전화도 아닌 문자를 했나?’
전화기를 뒤집어 화면을 보니 단체문자가 왔다.
“에고, 이건 뭐냐?”
“이게... 무슨 말이야?"
다 읽기도 전에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 우리의 학우 김서진 군이(2학년 7반) 교통사고로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많은 학우들께서는 김서진 군의 마지막 길을 위해 조문하여 주십시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식장:OOO병원 장례식장 201호
상 주:김충식(부)
이성희(모)
김가람(제)
발 인: 2021년 4월 5일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