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놀이터에는 나랑 내 친구 효은이뿐이었다.
나만 신나 보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도 신나게 놀 수 있다라며, 둘이서 미끄럼틀로, 그네 타기로 정신없이 놀았다. 5시쯤 되어 유치원꼬마들이 엄마들이랑 왔다.
“효은아, 우리 이제 집에 가자!”
벤치 위에 놓은 가방을 메고 효은에게도 분홍빛 포장지가 얼핏 보이는 효은이 가방을 건네줬다.
호다닥 받아 들며 고마워하고 말하는 효은이가 귀여웠다.
난 좀 말도 많고 씩씩한 사나이고 효은이는 얌전한 공주 같은, 10년 동안 봐온 엄마 친구 딸이다. 효은이는 내 말을 주로 들어주고 늘 웃어주는 친구!
근데 오늘 효은이가 다른 때보다 더 조용하다.
같이 있기는 한데 왠지 딴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음, 사춘기에 접어든 지 오래된 내 촉이 그렇게 말해줬다.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다라고!
“오늘 저녁 반찬은 뭘까? 오늘 이모 일찍 오셔?”
“아닐걸. 엄마는 늘 바빠서... 몰라. “
기운이 더 없어 보이는 효은이에게 괜스레 이모얘길 한 것 같았다.
“바쁜 일 끝나면 또 맛있는 거 많이 사주시겠지? 우하하하! “
피식 웃는 효은이와 성큼성큼 걸어 우리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 뭐 먹을 건?”
“많이 배고파? 장 봐오며 호떡 사 왔는데 얼른 먹어. 우유도 먹고!”
접시에 담긴 호떡은 아직 뜨겁고 달콤했다. 효은이가 작게 입을 벌려 호-호- 하며 먹는 모습은 놀이터에서 보다 더 귀여웠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얘들아, 수학쌤 오셨다.”
6시에 딱 맞춰 오신 수학과외 쌤, 늦지도 않으신다. 칼처럼 정확해 정이 안 간다.
아, 어려운 수학, 근데 효은이는 눈빛도 더 반짝이고 집중력이 대단해 보였다. 귀여... 꿈틀! 뭔가 맘속이 이상하게 꿈틀대는 것 만 같고 심장이 막 뛰며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쌤, 물 먹고 올게요.”
이상한 기분에 후다닥 나와 찬물을 들이켰다.
엄마의 싸늘한 눈빛에 조용히 들어가다 문 손잡이를 놓쳤다. 놀랐다. 아까보다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었다.
효은이가 쌤에게 분홍 선물상자를 건네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게 저 대학생 형아 꺼야?’
조용한 효은이의 볼은 발그레해져 있었고 왜 그런지 몰라도 난 다리에 힘이 빠졌다.
이제 효은이는 더 이상... 더 이상 귀엽지 않은 것 같았다. 나랑 단짝이었는데 배신당한 것 같아 화가 나면서도 몇 분 전보다 더 예뻐 보이고 미웠다.
‘아, 나는 얘를 어떻게 하지? 응...? 아니, 나 뭐지?‘
내 인생 처음으로 고민이 깊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