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새‘ 소재로 주신 지인께 감사드립니다(꾸벅).
좁고 그리 길지 않은 다리 건너 외진 곳, 나만의 작은 산집에 겨우 다다랐다.
먹거리랑 필요한 몇 가지를 챙겨 오는 길은 오늘따라 힘겨웠다. 움막같은 집이라도 도착하니 마음이 놓여 마루에 걸터 앉았다.
“아이쿠야!”
양 무릎에 손을 얹고 문지르며 앞에 펼쳐진 겨울 산을
보았다. 아직 가을의 뒷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초겨울의 산은 그리 쓸쓸해 보이진 않았다.
“벌써 겨울이라니 세월이 무색하구나!“
긴 탄식이 나왔다.
열일곱, 열아홉에 혼례랄 것도 없이 정을 나누며 산 세월은 산골생활인지라 쉬울 턱이 없었다. 다행히 산에서 물길을 찾아 약수마냥 아끼며 살았고 할멈과 봄이면 약초도 캐고 손바닥만한 밭을 가꾸며 살았는데 혼자 산지 벌써 사년이 지났다.
갑자기 허약해진 할멈은 기침을 하고 열이 끓어 산아래 병원으로 갔었다. 다행히 폐렴까지 갔다가 잘 치료가 되었지만, 다시 이 산골에 가자는 말이 안나와 큰 놈네서 지내라했다.
붙잡는다고 붙잡히지도 않을 나를 할멈도 자식도 빨리 포기하고 내 멋대로 하게 놔두니 그나마 다행이긴하다.
해가 벌써 산 허리를 넘어 가니 얼른 장작을 아궁이에 넣고 방에 불을 지폈다.
“이런 불지필 필요 없는 아파트는 좋긴하겠구만...”
머리를 흔들고 얼른 죽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쌀을 씻어 안쳤다.
마당이랄 것도 없는 이곳 저곳을 살피고 모진 겨울바람과 눈이라도 오면 나뒹굴고 젖을 수 있는 세간살이를 정리했다. 그나마 장작을 더운 여름부터 부지런히 준비해놔 마음은 느긋했다.
“어디 죽이 다 되었나?”
“아이, 깜짝이야!”
부엌으로 어느새 들어 왔는지 모를 새 한 마리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어 놀랐다.
작은 머리에 부리가 바늘처럼 뾰족하고 가슴은 하얗고 머리와 등, 꼬리까지 검정인 새는 도망가려고도 하지 않고 저를 봐달라는 것만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헛기침을 하며 나가기를 기다리며 다 된 죽을 사발에 뜨고 김치 몇 쪽 남은 종지를 쟁반에 담아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아 버릴 걸 고 쬐그만한 새가 호로록 날아 방까지 들어왔다.
“어허이, 너는 어찌 그러냐?”
혹시 배고파 그러는가 싶어 허연 죽 조금을 새앞에 떠 놓았다. 갸웃거리며 관심을 보이던 녀석은 종종 뛰 듯 내 앞으로 왔다.
“어허, 목이 마르냐?”
물을 한 숟가락 쟁반에 놓으니 기다렸다는 듯 콕 찍어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와 난 나대로 죽을 김치 얹어 먹기 시작했다.
조용한 산집은 말 그대로 바람소리와 가끔 들리는 산짐승 소리뿐이었다.
데워진 방 구들에 몸을 뉘이며 작은 창호지창을 보았다. 손님처럼 온 그 작은 새가 문틀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자고 있다. 잡자니 놀랄 것 같고, 적적하던 차에 그냥 하고픈 대로 하게 했다.
“내일 아침이면 지 집으로 가겄지.“
“영감! 영감, 일어나요!”
“..., 아니, 할멈이 여긴... 이밤에... 어찌 왔오?”
“무슨 소리요? 내가 어딜 갔다고? 그리고 아침이요.“
“어허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다.
“뉘요? 참말로 내 할멈이요?”
“무슨 소리를 또... 어서 일어나 아침 드시요.”
“이, 이, 이,...이 무슨...”
’뭐에 홀린 건 마냥... 내가 죽을 날이 되었나?‘
이부자리를 개어 놓으니 늘 그랬던 때처럼 할멈은 작은 상에 밥과 된장국, 조기, 그리고 김치를 담아 들어왔다.
“어서 드시요, 난 오늘 갈 데가 있어 나가야하오.”
“그건 또 무슨 말이요? 이른 아침 와서 바로 또 어딜?”
말은 않고 베시시 그 옛날 새색시마냥 웃는 할멈은 참 고왔다.
“우리 할멈, 이제 몸 다 나아 나랑 있고 싶어 말도 없이 왔소? 허허허... 보니 반갑구만, 허허허”
”나는 영감이랑 있어야 제일 좋소.“
“허허허...”
탁탁탁탁탁...
“이게 무슨 소리... “
눈을 다시 뜨니 요란한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나가니 산 아래 사는 조카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 아침에 무슨 일이냐?”
“작은 아버지,...작은 어머니가... 어제 저녁에 병원에 가셨대요. 얼른 차비하셔요. 모셔다 드릴게요“
“무슨 말이냐? 여기...”
털썩 주저 앉았다.
뒤를 돌아 본 방안에는 할멈도 밥상도 새도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