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난 글짓기가 취미다.
밥짓기는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다. 아직 할 줄 모르지만 그렇다. 근데, 글은 쉴 수 있어도 밥은 쉬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 그래도 난 밥보다 글을 먼저 짓는 어른이 되고 싶다.
“삐비비빅, 또로롱”
“엄마! 엄마!... 누나! 엄마는?”
“엄마 전화 받고 나갔어. 곧 오실거야.”
“흐엉! 배 고프다고오.“
“기다려, 엄마 늦으시면 누나가 밥 해줄게.”
“그럼 지금 해줘, 나 계란밥 먹으면 된다고! 난 후라이 못하자나!”
“아이, 쫌만 기다려! 나 거의 어떻게 쓸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다 까먹게 했어!”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가 얼른 달걀 후라이를 했다.
밥은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자 초딩1학년이 달려들어 숟가락을 빼앗아 비벼 먹기 시작했다. 먹성은 딱 나다.
“누낭, 진짜 마시따!”
“천천히 먹어.”
물을 따라 놓고 얼른 내방으로 가 글쓰기를 시작했다.
내 소설 속에 등장인물은 딱 두 사람이다.
이 세상에 사람은 주인공 둘 뿐인 세계다.
마법사처럼 손으로 지휘를 하듯, 아니다, 지휘자처럼 지휘를 하듯, 아니지. 마법사처럼 마법봉을... 아, 모르겠다. 하여간 요술막대를 휘두르면서 말하면 다 만들어지니 둘만 있으면 된다. 아! 넷플릭스 ‘다이루어질지니’도 있긴한데..아, 몰라. 여튼 두사람이 뭐든 다 만들고 천국처럼 사는 얘기를 쓸거다.
밥도 안해도 되고, 옷도 입고 싶은대로 막 만들어 입고, 여행도 맘대로 다닐 수 있다.
정말 그런 세상이 있을까?
그렇다면 아마 너무 신날 것 같다. 우선 시험도 없고 학원도 없고...어? 엄마랑 아빠, 오빠랑 지석이는?
아...아무래도 세상에 두 사람 만으로는 안될 것 같다.
가만가만...그럼 몇 명으로 하나?
징....징....징징징징.....
“이게 무슨 소리야?”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드니 내 방은 맞는데 뭔가 달라진 느낌이다. 약간 더 넓어진 것 같고...내가 작아졌나? 아니다. 의자에서 방바닥에 닿는 느낌이 같다. 아, 내가 졸았나?
“지석아? 지석이 밥 다 먹었어?"
문을 열고 부엌으로 향하려는데 문이 안열린다. 뭐지? 불안해...
“지석아? 뭐야? 너 밖에서 어떻게 한거야? 누나한테 혼나! 어?”
잠깐, 방문은 안으로 여는건데 밖에서 뭐 할 수 없는데...
“이제 알았니?”
“으악! 머머, 뭐야? 누구세요?“
“지금 자세히 말해줄 수 없어. 난 인간은 아니라는 것만 말해두지?”
“네에? 인간이 아닌데 말을 어떻게 해?“
“참, 나도 나지만 오빠 너도 너다. 오빠! 너 이거 장난치지마라! 오빠가 되어서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놀리냐?”
“하하하... 다들 이렇게 내 존재를 안 믿어. 난 너에게 말을 하지 않아. 잘 생각해봐 들리는 목소리가 네 귀로들리는 것 같아? 난 네 머리로 하고픈 말을 전송할 뿐이지. 너희들이 부르는 텔레파시야”
듣고 보니 정말 머리 속으로 말이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화면을 보는 것처럼 글자도 보이는...건 아니지만 뭔가 등이 오싹하고 머리가 쭈볏대는 그 느낌적인 느낌...안 좋은데...
“왜 나한테 나타났어요? 아니, 누군지도 모르는데 존댓말? 싫어! 왜? 나한테 응?...요?”
“크크크, 너에게 특별한 능력을 주려고 왔어. 네 상상대로 뭐든지 원하는대로 다 될 수 있게 말야.”
“예에-?"
이건 꿈이겠지. 꿈에서도 글을 쓰나? 와, 난 진짜 크게 되려나봐, 이런 꿈을 꾼다고? 대박! 은주는 절대 못 믿고 뻥치지 말라고 할걸?
“왜 나한테, 뭐땜에 그런 특.별. 능.력.을 주는데...요?”
“그야, 난 네가 맘에 들거든, 아마도 우리별에서 잘 살것 같아.”
예예, 암요암요. 와, 꿈 디테일 있게 가는 것 좀 보소. 완죤 대박!
“흠흠, 조건이 있겠죠? 뭐죠? 그 조건?”
“조건은 없어. 우리 별엔 생명체가 없어서 온기가 없어. 네가 온기를 좀 불어 넣어줘. 너와 같이 갈 사람 한 명만 선택해. 그 다음은 네 맘대로하고 살아.“
“음...그렇다면 난 엄마랑 갈...”
가만, 그럼 아빠랑 오빠, 동생은? 아이, 꿈이래도 엄마없이 울보 지석이는...어떡? 아니, 아빠가 더 울려나? 엄마 빼고 그럼...아냐, 우리가족은 안되겠어. 그러면... 난 되나? 아닌데... 난 아빠랑 캐치볼하는 것도 좋구 엄마랑 드라마 얘기하는 것도, 오빠랑 티키타카도, 지석이 어리광 피우는 것도 꼴보기 싫으면서 귀여운데... 아!
꿈이래도 이건 어려워. 그렇다고 친구 한 명을 데리고가면 친구네 가족들은 어떻게 해?
좋아하는 우리 오빠들 중에서 한 명? 하지만 다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모습이 좋고 라방이 좋은거지 단 한 사람은 쫌...그리고 그 팬들은 무슨 죄야? 아! 이건 안되는 얘기네. 나 혼자서 요술봉을 아무리 흔들어도 그게 무슨 재미야? 안돼, 안돼!
"우리가족이 다 가지 않으면 난 싫어, 안가, 못가! 구리고 울 식구들이 다 동의해야지 내가 맘대로 할 수도 없어. 우린 민주주의라는 세상이거든. 그리고 난 겨우 중2라고! 물렀거라! 암행어사 출두... 아니 나 김다경은 아무데도 가지 않아! 내 소설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거야. 혼자서 자랑도 못하고 좋은 게 있으면 뭐 할거야. 좀 싸우고, 하기 싫은 시험도 보고, 울어도 보고, 웃어도 봐야 사는거지. 암! 그렇고말고! 썩 물렀거라. 내가 텔레파시도 300억 데시벨로 보내마."
"누나! 누나! 이 할망구야! 엄마가 나와서 밥먹으래. 엄마! 누나 문 또 잠갔어. 아빠가 그러지 말랬는데..."
"야! 초딩! 너 조용히 해, 공부하는데 시끄럽게... 너 혼나!"
쩝...아, 또 잤네. 왜 난 공부하려고 하면 소설쓰고 싶고, 소설쓰려면 졸립냐.
음,...내가 꿈을 꾼 것 같은데...엄청 용감한 전사같은데...아, 내일 영어시험은 어쩌나... 우선, 밥이나 먹어야겠다. 오늘은 꼭 영어공부하고 자야지.
“엄마! 오늘 반찬 뭐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