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Paranoid)

[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by 손글송글


뚜벅뚜벅뚜벅.


그녀를 본다. 날이 맑고 불도 켜있으니 더 잘 보인다.


302호 김 선 - 치료 24일째


그녀도 나를 본다.

아직 인사도 안 나누었는데 고개를 푹 떨군다.

또 시작이다.


가끔은 나를 관찰하듯 감시하듯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은 듯 아련히 본다.

피실험자가 실험자를 두려운 눈으로 볼 수 있지만 난 치료를 위해 있는데 이건 쫌... 억울하다. 여하튼, 저렇게 나의 행동을 바라보며 하얀 벽 하얀 철창에 있는 그녀가 안쓰럽긴 하다.

언젠가 제법 대화를 길게 가진 적이 있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질문도 오가며 치료에 적극성을 보여 자그마한 얼굴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딸만 있는 가정에서 그리 부유할 것도 그렇다고 부족할 것도 없이 평범하게 자랐다는 그녀는 항상 창백하다. 그 창백한 얼굴은 그녀에게서 그녀를 삼킬 듯한 짙은 외로움이 주변으로 가득하다는 걸 느끼게 한다.


아... 근데 예쁜 얼굴이라 그런가?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다른 사람들보다 신경이 쓰인다.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는 내가 이럴 수도 있지만 공사구분해야 한다. 이곳은 로맨스를 그릴 만한 곳은 아니다.


뚜벅뚜벅뚜벅...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김선 환자, 요즘 어때요?”

“ 여전히 말없이 규칙을 잘 따르고 재활작업시간도 큰 소동 없이 좋습니다. 약을 우선 수월하게 복용합니다. 다행히 삶에 의지가 보입니다.”

“ 다행이네요. 지난번 진료시간엔 제가 더 제 얘길 했어요. 따님이 어려움에 처할까 걱정도 하길래 괜찮을 거라고요. “

“ 과장님 새로 오시고 가장 긍정적으로 바뀐 환자입니다. 그전에는 망상장애까지 있어 어찌나 폭력적이던지... 아휴, 몸은 말랐는데 오십 대 근력이 아니어서 여럿이 잡고 진정시켜야 했어요.

지금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들여 저희가 더 집중해요. 퇴원해서 사회로 나가게 해야죠. 벌써 몇 개월이 지났는대요. 가족들은 또 약에 손댈까 걱정으로 그리 원하진 않지만... “

“ 그럼요. 사회로 나가야죠.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애쓰잖아요. 계속 모니터링 부탁드려요. “


뚜벅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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