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대로 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목의 '몰카'는 본래 잘못된 단어임을 고백한다. 올바른 용어는 '불법촬영'이다. 예능적 의미의 깜짝카메라로 불리기도 하는 '몰래카메라'의 용어를 범죄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범죄의 무게감을 가볍게 만들며 본질을 호도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라며 어그로(관심)를 끌고자 제목을 저렇게 지었음을 양해 바란다.
최근 인스타 릴스에서 '몰카의심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영상은 여자 화장실 바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타일 사이로 빨간 불빛이 계속해서 깜박이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의 댓글창은 그야말로 싸움판이었다. 여자들은 이제 바닥에 칠할 실리콘을 구매해야겠다며 분노하고 있었고, 많은 남성들은 호들갑 떨지 말라고 호통치고 있었다.
한편 유튜브에서는 불법촬영 현행범을 잡아 경찰에 넘기는 것을 콘텐츠로 삼던 유튜버 '감빵인도자'가 여러 명의 신고 테러로 수익 창출이 정지되었다. 나무위키에서는 '감빵인도자'에게 걸렸을 때의 대처법을 세세하게 기재하고 있다가 현재는 화들짝 항목을 없앴다.
우리나라가 해외에까지 불법촬영을 조심해야 할 나라로 알려진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여하튼 국내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불법촬영의 실존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뉴스만 봐도 불법 촬영을 하다 걸린 인간들의 소식은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 '안전한 한국'에 대한 지대한 환상을 가진 자들의 논리는 이렇다.
외국은 초상권 의식이 적어서 다들 흔히 촬영하곤 하는데, 한국에서만 까탈스럽게 범죄라며 잡아들이는 것뿐이다
지하철 화장실 몰카 잡겠다고 예산 인력 다 들였는데 적발 건수 0건인 것 보아라, 다 과장된 공포다
사실 검색을 조금만 해도 불법촬영의 실태는 쉽게 알 수 있다. 2021년 국제 인권단체 보고서는 한국이 불법 촬영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가장 심하다고 지적했으며, 경찰청 통계에서도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만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건수가 16,523건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국으로 따지면 연평균 5,000건, 하루 20건 정도 적발된다.
수없이 불법 촬영했더라도 한 번 걸리면 적발 건수 '1건'으로 기록되니, 오히려 걸리지 않은 것까지 포함한 실제 불법촬영 발생 횟수는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참고로 검거된 가해자 나이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성별은 96%가 남성이다. 아, 피해자의 성별은 95%가 여성이다.
그래서, 아래 사진에 대한 반박은 어떻게 되는가?
먼저 불법촬영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특정 장소에 설치한 고정형 카메라로 이뤄지는 불법 촬영과 휴대전화를 포함하여 사람이 이동하여 직접 찍는 불법 촬영으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촬영 및 유포되는 영상의 대부분은 이동식 카메라에 의해 촬영된다. 심지어 불법 촬영의 약 15%는 아주 사적인 공간에서 '면식범'이 저지른다.
당연하게도 안심보안관들의 점검은 주로 고정형 카메라를 탐지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고정형 카메라가 있을 확률이 높은 숙박 업소 등은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사법권이 없는 보안관이 실질적인 점검을 할 수 없다. 실제로 보안관 측에서는 자체적으로 점검 대상을 설정해 민간 건물에 대한 점검을 시도했으나 거의 모든 건물주들이 점검을 거부했다.
따라서 여성안심보안관은 설립 초기부터 이러한 한계점을 염두에 두어, 직접적인 적발보다는 불법 촬영의 유해성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그러니까 불법 촬영 점검은 경찰청이나 대학 등에서 요청이 있을 때 잠깐 이루어지며, 애초에 평소 그들의 주요 업무는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그러나 무작정 쏟아지는 언론들의 비난 아래 2021년, 몇몇 지자체를 제외하고 여성안심보안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불법 촬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동형 카메라의 유통에 대한 근본적인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이 처벌이 강한 편이라고? 물론 법에서는 최대 7년까지 선고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실제 처벌을 보면 징역형은 매년 10% 내외에 그친다. 적발된 인원의 나머지 반은 선고유예나 집행 유예를 받으며, 나머지 반은 아주 적은 벌금을 낸다. 불구속 수사율은 무려 97%이다.
최저 형량이 정해지지 않은 것뿐 아니라 '변형 카메라 관리법'은 10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불법 촬영은 유포 시에 더 큰 피해를 야기하는데, 솜방망이 처벌은 영상이 보복성 포르노에 이용되거나 유포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덕분에 불법 촬영 유포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는 자살을 생각하고 이 중 20%는 진심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외국에서는 어떨까? 독일은 촬영여부 상관없이 와이파이 연결은 가능하지만, 카메라처럼 보이지 않는 장비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범죄로 취급된다. 프랑스 역시 동의 없는 불법 촬영 시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있다. 미국은 더 나아가 불법촬영자들 처벌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최대 1년 이하 징역이나 최대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한국만이 불법 촬영을 걸고넘어진다는 것은 환상이다. 한국이 불법 촬영 범죄자들에게 환상의 나라면 모를까. 처벌 기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이 얘기는 다음으로 넘기겠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주제는 현실의 외면이 아닌, 문제의 개선과 해결이다. 그러니 말한다. 작작 찍어라! 일해라, 국회야! 일해라, 사법부야! 몰카 천국 (ft. 적발 0건에 대한 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