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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Nov 11. 2024

모르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예능 PD 입봉일기 #8


링크드인에 업로드 중인 예능 피디 입봉일기를 브런치에도 옮겨볼까 합니다.

대단한 성과가 나서 올리는 입봉일기면 좋겠지만 아직 과정 중에 있어요.

뿌듯한 감정 49, 두려운 감정 51 로 분투하는 햇병아리 리더의 생각 흐름을 보고

공감하거나 위로받을 팀장님들, 대표님들, 그리고 직장인 분들이 브런치에도 많을 것 같아서요.

*** 사진은 AI 로 작업합니다.




상부상조하는 피디 동료가 한 명 있습니다. 본사 피디와 외주 피디로 만나 프로그램 두 개를 연이어 함께한 분이에요. 음악 프로그램을 할 때에는 대부분 제가 알려드렸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할 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배우기만 했습니다. 그때 명확히 서로의 강점을 알게 된 덕에, 아직까지도 서로의 전문 분야(?)에 대해 질문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어제는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며칠 안 남은 오디션 녹화 큐시트와 타임테이블을 가져와 이것저것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무척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저도 촬영을 앞두고 질문 폭탄을 던졌던 터라 미안하고 고맙긴 마찬가지였거든요.


사실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배운 적 없고 해 본 적 없는 걸 어떻게 알겠어요.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것, 더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저도 인간인지라 부끄러울 때가 없진 않아요. 특히 후배들에게 질문하는 건 더욱 그렇죠. 용기 내어 묻다가 현타가 올 때면, 피디님에게 연락해서 멍청이 질문 한 개만 하겠다며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친한 피디님이어도 모른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 쉬운 건 아니지만, 상부상조하는 사이다 보니 오히려 서로 질문을 하면서 그래 나에게도 강점이 있지, 모르는 건 배우면 되지, 위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며 당분간 전화 잘 받아주기를 약속했습니다. 하필이면 둘 다 잘 모르는 장르를 하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웃프지만, 물어볼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참 든든하네요. 덕분에 새로운 것들 투성이인 프로그램을 어찌저찌 꾸려나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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