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 입봉일기 #9
링크드인에 업로드 중인 예능 피디 입봉일기를 브런치에도 옮겨볼까 합니다.
대단한 성과가 나서 올리는 입봉일기면 좋겠지만 아직 과정 중에 있어요.
뿌듯한 감정 49, 두려운 감정 51 로 분투하는 햇병아리 리더의 생각 흐름을 보고
공감하거나 위로받을 팀장님들, 대표님들, 그리고 직장인 분들이 브런치에도 많을 것 같아서요.
*** 사진은 AI 로 작업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늘리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며 할 일을 계획하는 멋진 루틴. 잠들기 전에 하루를 정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거의 매일 쓴 일기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습니다. 루티너리, 챌린저스 같은 앱 쓰는 걸 즐기고요, 에버노트와 노션에는 각종 프로젝트 캘린더와 메모가 가득합니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스스로 계획해서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방송 일을 하고 있다니. 규칙과 규율을 좋아해서 군인이나 운동선수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는데, 불규칙 끝판왕 같은 업계에 몸 담고 있는 것이 스스로도 참 신기하네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합니다. 기획 기간엔 어느 정도 일상을 지킬 수가 있는데, 촬영만 하고 나면 예외 없이 무너지거든요. 다시 빨리 루틴으로 돌아오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촬영 때 너무 어마어마한 정보와 경험이 한 번에 제 안으로 들어와서 그런 걸까요? 천천히 리뷰하고 그림 보고 배운 점 정리하고, 그러다 보면 훌쩍 며칠이 지나 있습니다. 방 청소를 하지 않으면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처럼, 하루 일과가 제 손안에 들어있지 않으니 붕 뜬 마음이 되고, 그러다 보니 하염없이 편집기를 붙잡고 밤을 새우고 쪽잠을 자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무너지면 일으켜 세우고, 다시 무너지면 또 세우면서 여기까지 오긴 왔는데, 또다시 촬영 마치고 와장창 무너지는 걸 경험하니 조금 약이 오르네요.
그렇지만 또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시사가 코앞이니 밤샘이야 몇 번 더 하겠지만, 계속 루틴을 붙잡으려 노력해야죠. 코어가 단단해야 자세가 바르게 변하고 건강해지는 것처럼, 생활의 코어가 딱 잡혀 있어야 안정감도 일할 에너지도 생기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