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by 유인도

11월 18일부터 3일간,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된 유인도서전을 잘 마치고 복귀한 유인도! 그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유인도서전을 준비할 때, 보다 효율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업무에 있어 분업이 필수적이었다. 외부 소통 및 홍보 기획은 한솔, 물품 및 예산 관리, 이벤트 기획은 은성, 전시 내용 및 동선 구성은 언호와 승재, 그리고 팜플렛 및 포스터 디자인은 채원이 주로 담당하였다. 물론 유인도의 방식대로, 자신의 영역을 넘더라도 서로 조금씩 돕고, 배려하며 힘을 합쳤다.

유인도서전을 준비하며 했던 모든 고민은, 유인도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전시 규모와 취지에 걸맞는 ’그럴듯한’ 수준의 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전시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 결국 막내인 승재의 활약으로 선유문화공방에서 큰 도움을 받아 파티션을 구했다. 파티션에는 액자를 걸고, 액자 안에 다양한 방식으로 글과 사진을 채우기로 했다. 선반 등을 조립해 오브제를 두기도 하였다.

전시 파티션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한 축은 ’감각의 비망록 속 지남철의 사계‘, 그리고 ’유인도의 사계‘이다. 지남철의 사계는 왼쪽 파티션에 소설 속 시간 순으로, 유인도의 사계는 오른쪽 파티션에 구성하였다. 승재는 감각의 비망록을 찢어(!) 콜라주를 만들고, 언호는 낙엽을 가져와 액자 속에 가을을 담았다.

파티션을 모두 감상하고 넘어가면 ’보관도시‘가 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보관하는 장소인 ‘보관도시’는 기억 영사실, 바람의 미술관, 유리병 우체국 등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건물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억을 오브제로 배치했다. 예를 들면 바람의 미술관에는 그림이, 향기와 꽃잎들에는 향수와 꽃이, 기억 영사실에는 필름 형태의 기억이 있다. 이를 받치고 있는 좌대는 사실 박스 여러 개를 조립하고, 그 위에 흰 천을 덧씌워 만들었다. 언호의 절친한 대학 친구 벤하민이 힘을 써주었다.

전시를 보고 넘어가면, 독립출판 코너가 있다. 독립서적 코너에는 14개의 독립출판, 그리고 40종의 책을 배치해두었다. 시/소설, 에세이, 인문 교양, 그림,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을 출판사별로 모으면서도 비슷한 장르끼리 한데 모일 수 있게끔 배치했다. 그 옆쪽에는 ‘시크릿 큐레이션’ 코너가 있는데, 책을 담고 있는 봉투 위에 책의 키워드 그리고 큐레이션 문장이 쓰여 있다. 40종의 책 중에서 고르는 것보다, 오히려 정보가 제한되어 있을 때 구매를 결정하는 심리를 노린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시크릿 큐레이션 코너에서 오래 머무는 손님들이 많았다. 큐레이션은 편집장이자 대표인 언호가 솜씨를 발휘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벤트 코너! 총 3가지의 게임으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 게임은 독립출판 로고 짝 맞추기로, 유인도를 포함한 15쌍의 로고 카드의 짝을 맞추는 게임이다.

두 번째 게임은 보관도시 엽서 퍼즐 맞추기로, 9장의 엽서를 모두 모으면 하나의 보관도시 그림이 완성된다. (해안선, 다리에 집중하면 쉽다)

세 번째 게임인 북BTI 테스트에도 공을 들였는데, QR코드를 스캔해 여러 질문에 답하면 자신의 독서·책 관련 성향인 ‘북BTI’를 확인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이번 유인도서전에 참여한 14개 출판사 중 자신에게 어울리는 출판사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이번 유인도서전에서는 1분 거리에 위치한 교내 카페 ’싱싱주스‘와도 협업을 하였다! 도서 구매자에게는 구매자에게 3일간 사용할 수 있는 커피 혹은 생과일 주스 할인 쿠폰을 지급하였다. 수량은 총 100매였고, 다행히도 모두 소진되었다.

이번 유인도서전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여러 날 밤을 새기도 하며, 힘을 모았다. 아마 <감각의 비망록> 이후로 가장 큰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그렇게 애써 준비한 만큼,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마음이 벅찼다. 특히 오블리크, 더작업실, 북심, 세나북스, 소울샤워에서 직접 방문해 따뜻한 말을 전해주셨을 때는 과분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유인도 구성원 각자의 지인, 가족, 친구들 역시 말할 것도 없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 유인도가 걷는 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신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유인도의 시작을 함께한 "감각의 비망록"은 이번 도서전에서 거의 완판되어, 이제는 보유한 수량이 모두 소진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유인도 앞에는 어떤 길이 펼쳐질까.

사실 도서전 시작 며칠 전, 1월 말에 진행되는 K-일러스트페어에 독립출판 부스로 참여해달라는 제안 메일을 받았지만, 준비에 바빠 바로 결정을 내리지는 못 했었다. 도서전을 마치고, 몇 차례 논의 끝에 우리는 참여를 결정했다.

그리고 “감각의 비망록”의 빈자리를 채울 유인도의 두 번째 책도 준비 중이다. 11월 첫째주부터, 유인도 구성원들이 브런치에서 단편 정기 연재를 이어가며 원고를 완성하고 있다. 12월 초에 모두의 연재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이름을 살짝 공개하자면, 바로 <섬사람>이다. 주제도 문체도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이야기의 끝에, 우리는 유인도로 향한다.

일러스트 페어와 두 번째 책, 이 새로운 여정이 우리에게 또 어떤 의미를 건네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추신. "감각의 비망록"이 11월 #교보문고추천도서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 있는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5. 11. 18. ~ 20. 유인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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